JW중외제약 신영섭 대표와 함은경 대표
1986년, 서울대 약대를 갓 졸업하고 JW중외제약의 문을 두드렸다. 그로부터 39년. 그는 그룹의 핵심인 JW중외제약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룹 최초의 여성 CEO' 타이틀을 넘어, 이제는 신약 개발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
JW중외제약이 함은경 총괄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3월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지 불과 9개월 만의 초고속 승진이자, 준비된 리더의 귀환이다.
39년 '중외맨'의 귀환…R&D DNA 심는다
함 신임 대표는 JW그룹 내에서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입사 이래 39년 동안 한곳을 지키며 JW바이오사이언스, JW메디칼, JW생명과학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두루 거쳤다.
2017년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에 오를 당시에는 그룹 창립 이래 최초의 여성 CEO라는 기록을 쓰며 유리천장을 깼던 인물이다.
지난해 말 함은경은 총괄사장에 임명됐는데 이전까지 이 직책은 없었다. 이후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까지 됐다. 이 정도면 총괄사장은 함은경을 위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회사가 그를 다시 호출한 이유는 명확하다. 신약 개발(R&D). R&D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혀 회사의 기초 체력을 연구 중심 기업으로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다.
'영업의 신' 신영섭 vs '연구의 신' 함은경
이번 인사의 핵심은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이다. 기존 신영섭 대표가 홀로 이끌던 체제에서, 이제는 영업과 연구가 양 날개를 맡는 구조로 바뀐다.
영업통으로 평가받는 신영섭 대표가 대내외 영업과 마케팅을 전담해 곳간을 채우면, 연구통인 함은경 대표가 그 자금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R&D 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환상의 복식조'를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JW중외제약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그만큼 R&D가 따라가지 못하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성장하려면 신규 적응증 확대나 신약후보물질 발굴이 해야 한다.
한성권·전재광·이성열 후 네 번째 '투톱 실험', 이번엔 다를까
JW중외제약에게 각자대표 체제는 낯설지 않다. 2017년 오너 3세 이경하 회장이 물러난 이후, 회사는 세 차례나 각자대표 체제를 가동한 경험이 있다.
한성권, 전재광, 이성열 전 대표들이 신영섭 대표와 호흡을 맞췄고, 이번 함은경 대표와의 만남은 네 번째 실험이다. 현재의 실적과 미래의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석이지만,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함은경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해외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하던 것에 더해 자체 R&D 역량을 끌어올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39년 차 정통 '중외맨'의 노련함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이 과연 JW중외제약의 신약 개발 시계바늘을 얼마나 빨리 돌릴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함 대표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