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로고(홈페이지 캡처)1000억 원대 적자를 낸 페퍼저축은행이 대주주를 위한 고액 배당을 강행하고 예산과 비용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12월 22일 페퍼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유의사항 11건과 개선사항 1건을 통보했다.
적자에도 680억 배당 잔치
가장 큰 문제는 무리한 배당 정책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3년 107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이익잉여금을 유보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그런데 은행 측은 대주주의 요청이 있자 2023년 12월 680억 원을 중간배당 했다. 당초 사업계획에서 예상했던 배당액인 30억 원보다 20배도 넘는 액수다.
배당으로 BIS자기자본비율 하락이 우려되자 멀쩡한 채권을 매각해 위험가중자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지표를 관리했다. 경영 실적이나 계획과 관계 없는 배당 집행이었다.
대표 마음대로 예산 집행…법인카드 통제 불능
비용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부재했다. 연간 예산 수립과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규가 없어 부서별 예산 배정이나 통제 없이 건별로 대표이사 전결에 의존해 경비를 썼다.
그 결과 수익 대비 지출 적정성을 검증할 수 없게 됐고 2024년 6월 말 기준 총자산경비율은 1.99%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지적됐다. 임원 숙박비에 실비 한도를 두지 않았고 자격 없는 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했다.
한 임원은 접대비 1회 한도를 초과해 사용하면서 승인 절차를 무시했다. 또 다른 임원 2명은 휴가나 공휴일에 법인카드를 사용했으나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부실 징후 기업에 117억 대출…리스크 관리 허술
여신 리스크 관리 역시 낙제점이다.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깐깐한 대출 심사 잣대 대신 헐거운 유가증권 투자 기준을 들이댔다. 결국 부실 징후가 농후한 기업에 117억9000만 원의 뭉칫돈이 흘러 들어가는 뼈아픈 실책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개인사업자 대출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608억 원이나 되는 PF 사업장 51곳이 부실 우려 판정을 받았고, 그나마 정상으로 분류됐던 17개 사업장(830억 원 규모)마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됐다.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부문에서는 담보가치가 추락해 담보인정비율(LTV)이 100%를 뚫고 올라가는 등 원금 회수가 위태로워졌음에도 이렇다 할 대비책조차 세우지 않았다.
유명무실 이사회와 퇴직연금 위기
이사회는 2024년 대출을 전년 대비 2.7% 늘리기로 의결했으나 실제 대출을 21.3%나 축소했다. 회사의 대출 축소 정책 등으로 신규 대출을 하지 않거나 정상채권을 매각해서다. 경영 계획과 실제 운영이 따로 놀았지만 이사회 승인 절차는 없었다.
유동성 위기 징후도 포착됐다. 검사기준일(2024.6.30.) 현재 회사 총수신(2조8457억 원) 대비 퇴직연금(9555억 원) 비중은 33.6%인데, 회사의 신용등급 취소되며 새로운 퇴직연금 유치 길이 막혔고, 퇴직연금 만기액 상환 압박까지 도래한다.
하지만 이사회는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대신 중도해지 가능성이 높은 회전식 정기예금 위주로 돈을 마련하고 있어 유동성 위기에 취약했다.
금감원은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유동성 관리 방안을 즉각 수립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