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가 25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KTV 캡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성장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가 창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25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1월 30일 내놓은 정책 방향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최근 기술 창업 기업이 22만1000개로 반등하고 벤처투자 규모가 13조6000억 원이나 되는 등 생태계 활력이 살아나는 시점을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정부는 심사와 선정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국가가 직접 창업 인재를 발굴해 투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국민 누구나 혁신에 도전하는 육성 플랫폼을 만들어 창업이 국가 경제의 중추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5000명 혁신 루키 발굴…비수도권 인재 전면 배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참여 범위의 과감한 확대와 지역 균형 발전의 강조다. 정부는 예비 창업가부터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재창업가까지 문호를 넓혀 5000명 규모의 혁신 창업가를 발굴한다. 특히 비수도권 창업가를 전체 선발 인원의 70% 이상으로 배정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술 창업은 비수도권 비중을 70%, 로컬 창업은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든든한 기술적, 제도적 뒷받침도 제공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범용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창업가들에게 지원해 사업 모델을 고도화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AI 솔루션의 첫 구매자로 나서며 관련 산업의 성장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창업가의 아이디어가 낡은 규제에 부딪혀 좌절하지 않도록, 전문가가 선제적으로 규제 저촉 여부를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맞춤형 스크리닝 컨설팅을 제공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25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자료: 중소벤처기업부]상금 10억 원 걸린 전국 창업 오디션과 500억 펀드 수혈
전국에 창업 열풍을 확산하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 방식도 전격 도입한다. 지역 오디션을 시작으로 권역 오디션을 거쳐 대국민 경진대회로 이어지는 서바이벌 방식을 통해 창업가들의 실전 혁신 역량을 검증한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10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상금과 투자금이 주어지며, 해외 전시회 참가 등 글로벌 진출과 후속 사업화 자금도 패키지로 묶어 연계한다.
유망한 창업 루키들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무사히 넘을 수 있도록 과감한 자금 수혈도 병행한다. 경연을 통해 선발된 최종 100인에게 집중적으로 성장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500억 원 규모의 '창업열풍펀드'를 새롭게 조성한다. 펀드 운용사가 직접 오디션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경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자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프라이머부터 카이스트까지 100여 개 최고 보육 기관 참여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의 핵심 동력은 정부의 자금 지원을 넘어, 민간 최고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후배들을 길러내는 '상생형 생태계'에 있다. 정부는 전국의 우수한 보육 역량을 갖춘 100여 개 대표 창업 기관을 프로젝트 운영사로 전면 배치했다.
수도권의 프라이머(Primer), 퓨처플레이(FuturePlay), 스파크랩(SparkLabs)을 비롯해 충청권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남권의 소풍벤처스(sopoong CONNECT), 호남권의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내로라하는 기관들이 총출동했다.
이들 기관은 단순히 장소를 빌려주는 것을 넘어, 직접 선발한 창업가를 프로젝트 전 기간에 걸쳐 책임지고 밀착 육성한다. 창업가들의 단계별 오디션 진출 성과에 따라 보육 기관에도 두둑한 인센티브가 주어져, 창업가와 기관이 함께 역량을 키우며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25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뉴스아이즈]
토스부터 뤼튼까지…500명 선배 창업가 1대1 밀착 과외
창업 현장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한 선배 창업가 500여 명도 후배들을 이끌 전담 멘토단으로 흔쾌히 합류했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토스의 이승건 대표, 에듀테크 혁신을 이끄는 비누랩스의 김한이 대표, 생성형 인공지능(AI) 돌풍의 주역 뤼튼의 이세영 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여기에 반도체 팹리스 시장의 다크호스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 AI 최적화 기술로 주목받는 노타AI의 채명수 대표 등 딥테크 분야의 스타 창업가들도 총출동해 힘을 보탠다.
멘토단은 창업가의 성장 단계에 맞춰 1대1로 매칭되며, 실전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오프라인 만남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시 멘토링도 병행해 물리적 거리를 허물었다. 선배가 닦아놓은 길을 후배가 걷고, 다시 그 후배가 성공해 생태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다.
연결과 확장의 거점 '모두의 플랫폼' 공식 오픈
이 모든 혁신 주체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한곳에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도 마련됐다. 창업가와 보육 기관, 멘토단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두의 창업 플랫폼(www.modoo.or.kr)'이 26일 문을 연다.
이 플랫폼은 과거 정부 지원 사업의 딱딱한 일방향 신청 접수 창구에서 벗어났다. 참가자는 아이디어 한 줄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프로젝트에 간편 신청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보육 기관과 멘토를 직접 탐색하고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
자신만의 '창업 프로필'을 등록해 오디션 도전 성과를 생태계 구성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널리 알리며 우수한 투자자와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온라인 창업 마을이 탄생한 셈이다.
'실패도 스펙'…정부가 보증하는 '모두의 창업' 패자부활전
창업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다. 정부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재도전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창업 과정에서 겪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뜯어고쳤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도전 경력증명서'의 발행이다. 참가자가 '모두의 창업' 오디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활동한 모든 이력을 데이터로 축적해 공식적인 경력으로 증명해 준다.
이 증명서를 보유한 창업가는 향후 다른 정부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때 우대 혜택을 받게 된다. 1차 프로젝트의 문턱을 넘지 못한 창업가들이 2차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다시 신청할 경우 가점을 부여해 재도전의 기회를 폭넓게 보장한다. 한 번의 실패가 값진 '스펙'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25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부처 장벽 허문 패스트트랙 연계로 혁신 인재 모은다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부는 부처 간의 단단한 칸막이를 허물고 범정부 차원의 도전 생태계를 정교하게 연결했다.
특허청이 주관하는 '모두의 아이디어' 공모전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AI 경진대회' 등 각 부처 행사에서 발굴된 훌륭한 혁신 인재들을 '모두의 창업'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특히 각 부처 대회의 수상자들에게는 '패스트트랙'이라는 특권이 주어진다. 까다로운 초기 아이디어 공모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고, 곧바로 창업 활동 자금을 지원받는 넥스트 스테이지로 직행할 수 있다.
부처 간 흩어져 있던 우수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규제 스크리닝 시스템도 하나로 통합해 연계 지원하며 창업가들의 빠른 성장을 돕는다.
지역 발대식 시작으로 스타트업 르네상스 시동
전 국민을 향한 창업 열풍의 서막은 25일 화려하게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역별 선배 창업가와 보육 기관, 그리고 꿈을 품은 후배 창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두의 창업 발대식'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 행사를 기점으로 26일부터 플랫폼이 열리고 5월 15일까지 전 국민 대상 모집 공고가 이어진다.
정부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4월부터는 대한민국 전역에 불붙은 창업 열풍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후속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연이어 가동한다.
인공지능 전환(AX), 방위산업, 기후테크 등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 분야의 혁신 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모두의 챌린지' 시리즈를 개최한다. 이어서 지역 성장의 든든한 거점이 될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해, 기술과 인재가 융합된 창업 기업들이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완벽한 전주기 지원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