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실패를 응원하는 여섯 작가의 분투기 《나의 왼발》···"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결연히 거부한다"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4-23 00:00:01

기사수정
  • - '성공적인 실패담'으로 실패와 아픔도 삶의 일부임을 깨닫다
  • - 마이너들의 진짜 인생, 위로와 연대의 에세이
  • - "성공과 실패를 넘어 '거기 있어준' 당신에게"

김미옥·하서찬·김정배·김승일·박지음·강윤미 지음 / 파람북 / 16,800원



"글을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겪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요." -김미옥



파람북에서 김미옥, 하서찬, 김정배, 김승일, 박지음, 강윤미 여섯 작가가 '실패'를 테마로 엮은 에세이 《나의 왼발》을 펴냈다. 


상처와 좌절을 겪은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여섯 작가가 답한다.


이들은 "실패의 경험과 슬픔을 공유하고, 실패 그 너머에 또 다른 삶이 있음을 보여주자"며 모였다. 박지음 작가의 기획에 다섯 작가가 화답했고, 김미옥 작가가 대표로 책의 진행을 이끌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 책은 이런 시선을 거부하고 각자의 '성공적인 실패담'을 통해 실패와 아픔도 삶의 소중한 일부임을 일깨운다. 


김미옥은 "세상에는 성공담만 넘쳐나고 실패한 이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아니 사라져야 마땅한 것만 같이 취급된다"고 지적한다. 이어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결연히 거부한다"고 선언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왼발」에서 김미옥은 "나의 왼발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나보다 먼저 아팠다. 아프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고백한다. 저자들은 실패와 상처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불행도 아픔도 우리의 일부이자, 우리를 구성하는 과정의 하나"임을 강조한다.


하서찬 작가는 가족과의 에피소드에서 소박한 유머와 기지로 삶의 무게를 덜어낸다. 김정배는 무명작가로서의 고단함과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경험을, 김승일은 학교폭력의 상처와 그로 인한 성장의 기록을 담았다. 


강윤미는 상실과 이별, 섬과 죽음의 그리움을 시로 풀어낸다. 기획자인 박지음은 "마이너들이 실패를 딛고 '오늘’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라는 질문에서 이 책의 출발을 설명한다.


이 책은 "실패한 당신도, 성공한 당신도 없다. 그저 삶을 살아낸 당신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김민태 PD의 추천사처럼 성공과 실패의 경계가 무의미한 인생의 본질을 일깨운다.


저자들은 독자에게 "당신이 거기 있어준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인생의 마이너로 살아가는 모두에게 뜨거운 격려와 연대를 전한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아이즈인터뷰] 허유미 시인, 물의 뿌리가 뿜어내는 숨비소리에서 핀 짜디짠 꽃밭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먼 곳에 사는 시인까지 그러니까 제주도까지 찾아주시고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요즘 생활의 관심사를 살짝 들어볼까요?  요즘은 '월동 준비를 어떻게 하나'로 고민을 넘어 고심하고 있습니다. 매년 염려하는 난방과 김장 그리고 저에게 겨울은 '창...
  2. [아이즈인터뷰] 이병국 시인, 시·공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입체적 감각의 문장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시와 평론 쓰는 이병국입니다. 반갑습니다.  한 해가 가기 전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요.  올해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연초부터 가을까지 박사 학위논문을 썼고 여름에는 아파트에 입주해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고 있네요.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하는 한 ...
  3.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