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 지음 / 비아북 / 18,000원이재명은 왜 그렇게도 극단적인 평가를 받을까? '형수 욕설'과 '대장동'이라는 단어만으로 그를 재단해도 되는 걸까? 그가 살아온 길에서 우리가 외면한 진실은 무엇일까?
비아북에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잘 알려진 박시백의 《이재명의 길》을 펴냈다. 이재명의 성장기부터 최근 정치 활동까지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다뤘다.
이 책은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라는 부제를 단다. 산업화 시대의 가난한 산골 소년에서 시작해 노동운동가, 변호사, 성남시장, 경기지사, 대선후보, 그리고 제22대 총선의 중심 인물로 거듭난 한 인간의 여정을 따라간다.
박시백은 책 서두에서 "단 하나의 작업 원칙은 철저히 사실에 입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시간 역사 만화를 그려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현실 정치인의 삶을 다루며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영웅 만들기' 또는 '악마화' 서술을 지양하고, 이재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한다.
논란이 많았던 사건들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음주운전 전과, 형수 욕설 사건, 여배우 스캔들, 대장동 개발 사업 등 민감한 이슈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해당 사건들의 배경과 경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독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개인을 영웅으로 추어올리는 데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책을 현실화하며 기득권과 충돌해온 인물, 출신 배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품고 사는 인간 이재명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책은 4장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성장기의 가난과 소년공 경험, 노동변호사 시절의 투쟁, 성남시장으로서의 실험적 정책, 대장동 논란과 대선 패배, 그리고 최근 총선 승리까지 주요 사건들이 시간 순으로 정리된다.
프롤로그 제목은 '그들의 악마'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상징적 존재로 작용해왔는지를 암시한다. 저자는 기득권과 언론이 주도해 온 악마화 작업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실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보이게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것은 한 인간의 궤적이다. 불우한 환경, 거침없는 추진력, 불필요한 논란, 그리고 끊임없는 공방 속에서도 살아남은 정치인의 얼굴이다. 정치를 혐오하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편견을 거두고 인물을 다시 볼 기회를 제공한다.
박시백은 시사만화가 출신의 역사만화가다. 대표작으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