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지음 / 무제 / 17,000원어떻게 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을까?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날에도 작은 기적은 찾아올까?
《첫 여름, 완주》는 삶의 무게를 조용히 끌어안으며, 우리가 잊고 지낸 다정한 세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무제에서 '듣는 소설' 첫 프로젝트로 김금희 작가의 장편 《첫 여름, 완주》를 펴냈다.
무제는 박정민 배우가 이끄는 출판사로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우선 발간하고 이어 종이책으로도 선보이는 특별한 기획이다. 대사와 지문이 살아 숨 쉬는 독특한 서술 덕분에 독자들은 듣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친한 선배 고수미가 투자 실패 후 빚을 남기고 사라지자, 성우 손열매는 수미의 고향 완주마을을 찾는다. 돈도 갈 곳도 목소리도 잃은 열매는 수미 어머니의 매점 겸 합동 장의사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외계인 같은 청년 '어저귀' 강동경, 춤을 사랑하는 중학생 한양미, 시고르자브르종 개 샤넬과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 등 완주마을 사람들은 열매와 함께 잊을 수 없는 한여름을 완주해 나간다.
작가는 삶의 낙담과 상처를 다루되, 결코 인물들을 불행 속에 가두지 않는다. "그래, 그런 슬픈 이야기는 이제 하지 말자." 소설은 실패와 상처에도 각자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절망의 순간을,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버텨내는 인간의 힘을 조용히 응원한다.
특히 열매가 할아버지의 꿈을 꾸는 장면은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사랑? 이,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 내가 내 맘속에 지어 놓은 걸 어떻게 잃어?" 잃어버린 듯한 시간과 감정조차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끈질기게 일러준다.
이 책은 상처받은 이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작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눈부시게 쏟아지는 여름 햇살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오디오북과 종이책을 함께 염두에 둔 글쓰기 덕분에, 이 소설은 읽는 이들에게 귀로 듣는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박정민, 고민시, 김도훈, 최양락, 염정아 등 배우들이 참여한 오디오북도 주목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사계절을 다 경험한 것 같은, 그러니까 인생을 만난 듯한 소설"이라 평했고, 가수 아이유는 "'픽픽' 웃음이 나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 슬프지 않은 장면이 하나도 없다. 나뭇잎 한 장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해철 선배의 유쾌한 대사 한 줄에조차도 필연 같은 슬픔이 서려 있지만, 어저귀의 숲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희한하게도 자꾸 '흥흥' 웃음이 난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완주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슬픔 속에서도 사랑하고 웃고, 서로를 돕는다. 《첫 여름, 완주》는 우리 모두가 완주해야 할 자신의 여정을 향한 조용한 응원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