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관이 제4회 노동예술제를 '다시 again'을 주제로 5월 1~31일 진행한다(노동문학관 제공)
5월의 첫날, 기계 소리와 땀방울이 멈춘 자리에 묵직한 예술의 혼이 피어오른다. 1886년 미국 시카고의 거리를 붉게 물들였던 노동자들의 함성은 130여 년이 흐른 지금,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다시 세상에 울려 퍼진다.
세계 최초의 노동문학관이 5월 1~31일 4회 노동예술제를 개최한다. 주제는 '다시 again'이다. 잊혀 가는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예술로 철저하게 되살리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명이다.
피로 물든 5월 1일, 메이데이의 처절한 기원
노동절(May Day)의 뿌리는 자본의 거대한 폭력에 맞선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에 있다. 1886년 5월 1일,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며칠 뒤 시카고 헤이마켓광장에서 열린 평화 집회는 누군가 던진 폭탄과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수많은 노동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참혹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1889년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는 5월 1일을 전 세계 노동자가 연대하는 날로 선포했다.
한국 땅에서 노동절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노동총동맹 소속 2000여 노동자는 살인적인 노동 시간 단축과 실업 방지, 임금 인상을 외치며 첫 메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 노동자들의 삶은 자본과 독재 권력의 야합으로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이승만 정권은 노동절을 3월 10일로 강제 변경했고 박정희 정권은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격하했다. 주체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라는 이름 대신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근로자'라는 일제의 잔재를 덧씌워 억압과 착취를 교묘하게 정당화한 것이다.
노동계의 피눈물 나는 투쟁 끝에 1994년에서야 5월 1일 제자리를 찾았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근로자'라는 단어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주 120시간 노동의 망령…다시 벼랑 끝에 선 노동
오늘날 한국의 노동 현실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려한 수사 뒤에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등 파편화되고 불안정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기득권과 자본의 결탁은 견고하며, 심지어 '주 120시간 노동'이라는 시대착오적 망언이 정치권에서 찬양받기도 했다.
일주일에 5일 동안 하루 24시간을 꼬박 일해야 채울 수 있는 이 비인간적인 수치는 현대 사회가 노동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노동의 무덤'과도 같은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노동의 참된 얼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15일 역사적인 노동문학관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4회 노동예술제는 5월 1일 오후 4시, 제4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시상식으로 막을 올린다. 일제강점기 카프(KAPF) 초대 서기장으로 문학을 통해 항일과 사회 모순 타파를 이끌었던 효봉 윤기정의 정신을 기리는 이 상의 올해 영예는 조기조 시인에게 돌아갔다.
이어 4시 30분에는 정세훈 시인의 특별한 대나무화 전시회 초대식이 열린다. '대나무, 제 몸에 나를 심다'라는 주제로 5월 31일까지 전시되는 30여 점의 작품들은 척박한 땅에서도 곧게 뻗어 나가는 대나무를 통해, 역사와 사회를 올곧게 견인해 온 소시민 노동자들의 꺾이지 않는 결기를 강렬하게 뿜어낸다.
대나무화
- 정세훈
나는 대나무를
화선지에 그렸는데
대나무는 나를
제 몸에 심었네
예술로 연대하는 5월, 세계적 노동예술의 메카를 꿈꾸다
예술제는 5월 내내 풍성한 행사로 이어진다. 5월 10일에는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벽화 '나너 드로잉' 작업이 진행된다.
같은 날, 홍성군의 지원을 받아 구축된 '소장도서 디지털 아카이브'가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다. 문학관이 소장한 시, 소설, 무크지 등 귀중한 노동 문학 사료 500여 점이 스캔 작업을 거쳐 영구 보존되며,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6편의 영상 콘텐츠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