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순해지고 풀이 돋고 목덜미의 바람이 기껍고 여자들의 종아리가 신나고 신입생의 노트에 새 각오가 반짝이고 밥그릇과 국그릇 위로 오르는 김이 벅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상처는 아물고 커피가 맛있고 입맛이 돌고 안 되던 드라이브가 되고 시인도 시인이 되고··· 시인도 다시 시인이 되고 혁명이 오고
봄,
-장석남 시인의 시 '명년 봄' 전문
이 시는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에 실려있다.
새봄 맞는 기분을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읽다 보면 절로 발랄해지고 왠지 설레고 힘이 솟는다. 이미지가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들이 계속 생성된다. 그 에너지가 대단하다. 이런 시적 에너지들이 화자의 욕망을 모두 실현시켜 줄 것만 같다.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상처는 아물고", "입맛이 돌고", "안 되던 드라이브가 되고", 안 써지던 "시"도 멋지게 쓰게 될 것 같다. 종전의 모든 것을 바꿀 것 같은 아주 혁명적인 "봄"이다.
명년은 내년을 이르는 말이다. 혹 올봄에 이 기꺼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니 이 짧은 봄날이 아쉽게 지나갔다면 속상할 필요가 없다. 명년에 봄은 또 올테니까. 이런 시인의 욕망을 담아 제목도 "명년 봄"이다.
이 시를 읽으니 봄도, 인연도 연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