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송형선의 희망공간]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최저임금 이하 받는 근로자 비율 19.8%로 멕시코 이어 2위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6-30 00:00:01
  • 수정 2025-07-01 11:13:04

기사수정
  • - '밥그릇싸움' 부추기는 말 "최저임금 오르면 자영업자·중소기업 문 닫는다"


새벽부터 마을버스정류장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길다. 이내 도착한 지하철로 옮기는 발소리가 요란하다. 플랫폼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지하철 안에 빈자리가 없는 건 고사하고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한다. 


하루이틀 풍경이 아니다. 이 많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어도 이들의 임금이 얼마인지는 대략 알 수 있다. 시간당 10,030원, 월 209만 원. 이 지하철 안에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매우 많다. 최저임금 통계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최저임금 이상 받는 노동자와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 그리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다.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정한다. 한쪽에서는 '올리라'고, 다른 쪽에서는 '올리지 말라'고 한다. 각자 자신들이 대변하는 집단의 입장을 주장한다. 


현재 최저임금제는 노·사간 임금 협상에 정부가 개입해 최저 수준을 결정하게 돼 있다. 한 마디로 노·사·정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정부는 사용자에게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해 근로자를 보호한다.


그럼에도 모든 노동자가 최저임금 적용을 못 받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 19.8%는 OECD 25개국 평균 7.4%의 2.7배에 달하며 멕시코의 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2021년 기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그 숫자조차도 정확한 통계가 없다. 프리랜서, 택배,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등 온라인 기반 노동자 490만 정도가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추정할 뿐이다. 대형마트 노동자도 요양보호사도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그러다보니 최저임금 인상이 곧 '임금 인상'이 된다. 그래서 10년을 일하든 20년을 일하든 그 직종에 일하는 한 최저임금을 벗어나기 힘들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1명의 최저생계비,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 한마디로 인간 답게 살기 위한 '최저생활수준'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벽부터 지친 몸을 끌고 나와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삶.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잿빛인 삶. 그런 삶들에 인간다운 삶이라 이름 지을 수 있을까. 지금 최저임금이란 단어는 인간다운 삶보다는 최저의 삶, 미래 없는 삶, 고단한 삶을 떠올리게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인건비 부담이 커져 물가가 오르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말은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들이 이른바 '밥그릇싸움'을 하게 만드는 프레임이다. 대기업, 금융자본, 임대사업자 들은 그 싸움에서 빠져 있다. 애초에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게 만드는 말이다. 이른바 '개싸움'에서 둘 중 누가 더 힘들고 위태로운지 드러내게만 한다. 


얼마 전 지역 취업박람회에 들렀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성별 불문하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자리들을 추려보니 쿠팡 물류센터 50개를 빼면 1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여기서 요양보호사와 특수 영업직 일자리까지 빼면 남는 건 60여 개다. 이곳에서도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일자리는 부족하다.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목표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인간적 삶을 살 권리를 누리게 하는 데 있다. 희망 잃은 사람이 넘쳐나는 동네에 자영업자인들 희망이 있을 리 없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생겨야 마을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고단한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노동, 희망 없는 삶이 아니라 미래를 꿈꾸고 현재를 즐기는 삶, 인간다운 삶을 만드는 '최저임금제'를 꿈꿔 본다.

덧붙이는 글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 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은행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2026년 1월 이후 '달러 약세에도 원화 뒷걸음' 2026년 새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과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훈풍이 불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요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으며 '킹달러'의 위세도 한풀 꺾여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환시장의 풍경은 달랐다. 달러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는 오히...
  2. [관세청 수출입현황] 2026년 1월 수출 658억달러 ‘역대 최대’…8개월 연속 증가 2026년 1월 수출이 658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6년 1월 수출입 확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8% 증가한 658억 달러, 수입은 11.6% 늘어난 571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8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월 수출은 반도체와 승용차 등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8개...
  3.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2026년 1월 코스피 5300시대 개막…펀드 91.9조 유입 2026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자금이 대이동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반면 증시를 향한 투자 자금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유례없는 53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펄펄 끓어오르자 시중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쫓아 방향을 튼 결과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관리 기조 속에 주춤.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삼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 빛으로 ...
  5. '60% 마진의 기적' 삼천당제약, 아일리아 시밀러로 화려한 부활 오랫동안 공들여온 연구개발의 씨앗이 마침내 황금 열매를 맺었다. 삼천당제약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하며 흑자 전환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글로벌 안과 질환 치료제)가 있었다.삼천당제약(10일 발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