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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선의 희망공간] 세월호는 말하고 있다.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5-12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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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월호 선체 방문기

 

416재단과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행사로 세월호 선체 방문을 다녀왔다. 재 작년에 이어 2번째 방문이다.  일정은 목포신항에 있는 세월호 선체 관람과 진도 팽목항 방문, 진도국민안전체험관에서 안전체험을 하는 1박 2일로 진행되었다. 25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출산 예정인 신혼부부도 있었고, 지금은 청년이 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 참가자도 있었다. 세월호 사고 1주일 전에 세월호를 타고 제주에 다녀왔었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에서, 안산에서 유가족들과 봉사와 진실을 위한 싸움을 함께 하신 이도 있었다.  엄마손을 잡고 따라나선 세월호가 무엇인지 모르던 초등학교 3학년 아이도 있었다. 학교에서 안전수영을 배우는데 왜 안전수영을 배워야 하는지 가르쳐주질 않는단다. 그래서 직접 아이를 데리고 참가했다고 한다. 차마 세월호를 직접 볼 수가 없어 이제까지 방문하지 못한 유가족들도 함께 동행하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인천 가족공원 내에 있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서 출발한 버스는 4월에 부는 봄바람 같이 고속도로를 달려 세월호를 행해 갔다.  11년 전 갑작스러운 소식에 진도를 향하던 부모님들도 이 길을 달렸던 길이다. 이 길을 달리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4월의 도로밖 풍경은 찬란하기만 하다. 고속도로를 달려 목포대교를 건너 목포 신항에 세월호가 서 있었다. 물 위에 떠있어야 할 5층 높이의 거대한 쇳 덩어리가 부두 위에 서있었다.

세월호는 길이가 146미터 폭 22 미티 6800톤 여객선은 1994년 일본에서 만들어져 페리나미노우에라는 이름으로  2012년까지 운행되다가 퇴역한 배였다. 이배를  청해진 해운이 중고로 사들어 개조하여 2013년부터 인천에서 제주를 왕복하는 여객선으로 사용하였다.

 재작년에는 세월호 내부를 관람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안전문제로 현재는 배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대신에 세월호 선체 내부를 배의 바닥부터 맨 꼭대기까지 찍은 영상을 관람할 수 있었다. 배의 밑바닥에 있는 기관실과 평형수를 채우는 곳,  화물을 싣는 C, D 갑판, 그리고 여객들이 있는 A, B 갑판 이곳 저곳을 엥커의 해설과 함께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평형수 탱크, 평상시에 항상 격실을 유지하도록 닫아놓게 되어있는 배 아래층의 출입구등 사고의 직 간접적 원인이 되었던 현장들이 녹슬었지만 그대로 거기 있었다. 처참하게 녹이 슬고 망가진 선체내부. 처음에는 멀쩡했던 사고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세월호가 침몰해 있던 3년의 시간과 뭍에 올라 서서히 녹슬고 있었던 8년, 11년의 시간을 거슬러 기억 속의 세월호를 불러내었다. 로비와 식당, 그리고 아이들이 공포를 이겨내며 애써 침착한 척 서로를 위로하며 구조를 기다렸던 선실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세월호 내부의 마지막 순간의 모습이다.  그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그곳에 사람들이 기다리라는 방송을 믿고 오지 않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호 내부 영상을 찍을 때는 한 여름이었다고 한다. 33도의 무더운 날씨에 세월호 내부촬영을 하던 도중 엥커가 정신을 잃어 구급차를 불러야 했다고 한다. 열악한 여건에서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귀한 영상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신항 부두에서 처음에 들어오는 세월호의 모습은 배의 왼쪽 옆면으로 빨갛게 녹슨 좌현이다. 배의 좌현이 이렇게 빨간 것은 매가 침몰하여 해저에 가라앉았을 때 배가 옆으로 누워 좌현이 밑으로 깔려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11년 전 4월 16일 속절없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배는 2017년 3월 22 이일 인양될 때까지 3년 11개월을 물밑에 가라앉아있었다.  녹슨 부분 외에 하얀 배의 표면 여기저기에 긁힌 흔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배의 인양을 위해 임시로 뚫어 놓은 구멍들이 있었다.  배의 전체 색깔은 하얀색으로 도색되어 있는데 바닥은 파란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파란색 부분은 배의 홀수선으로 배가 운행할 때 물에 잠겨 있어야 할 부분이다. 배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 부분에 평행수를 채워 놓는다. 세월호는 배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평행수를 빼고 대신에 화물을 과다 적재 한 채로 운행하였고 이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바의 바닥 면에 물을 채워 무게 중심을 아래에 두어야 하는데 평행수를 빼는 바람에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쏠려 배의 복원력이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배의 왼쪽 면과는 다르게 오른쪽 면은 하얀색 도색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배의 인양과 수색을 위해 뚫어놓는 커다란 4 각형 창들이 있었고 그 창들은 하얀 철판으로 막아 놓은 상태였다. 세월호 맨 앞쪽에는 커다란 구상선수(bulbous bow)가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잠긴 세월호 선체. 바로 우리가 기억하는 물에 잠긴 배의 마지막 부분이다. 맨바닥이었던 마지막 꼭대기를 보며 우리는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었던가.

목포 신항을 떠나 차는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팽목항은 세월호가 물에 잠긴 진도 맹골수로 지척에 있는 항구다. 그곳에서 유가족들은 팽목항 건너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가족들을 기다렸을 것이다.

 '팽목기억관'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이 있었고 그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들이 있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진도시민연대회의에서 걸어놓은 현수막처럼 11년 세월을 건너뛰어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한다.

  2014년 4월 16일.. 이 숫자는 우리 모든 국민들에게 공통된 기억을 남긴 날이다. 우리가 구하지 못했던 우리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던 304명의 희생자들의 마지막을 함께 보아야 함 했던 날이다. 그날 이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미안함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지배했다.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그 세월을 함께 해준 의인들이 있었고, 각자의 삶 속에서 노란 리본과 함께 함께 하려는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의 많은 어떤 이들은 차마 인간으로 잎에 담을 수 없는 악담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섣부른 가설과 억측으로 가상의 진실을 만들어 사람들을 호도하고 거짓과 진실의 싸움에 끝없는 혼돈과 갈등을 만들어 내었던 이들도 있었다. 우리 대부분은 너무도 황망한 사태 앞에 그 모든 헛소리들 앞에 갈팡질팡하며 파도에 휩쓸리듯 휩쓸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월호를 건져 올려 뭍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모든 의문에 완벽히 답할 수 있는 가설이 아닌 진실 하나를 밝히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라오는 버스 앞에 붙은 세월호 추모관이라는 표지를 보고, '이제는 그만할 때가 안 됐나'라고 지나는 사람이 있었다. 얼마나 자주 듣게 되는 말인가. 우리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이야기했다.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합니까. 당신 자식이면 그럴 수 있습니까.',  다른 일행도 한마디 한다. '맞아요. 그만하면 안 되지요. 말 함부로 하지 마...' 우리는 억지로 잊자고 망각하자고 강요하는  수많은 목소리 앞에 주눅 들지 말고 더 당당히 기억하자고, 기억하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목포 신항에 서있는 세월호가 들려주는 그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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