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이나 물 한 잔을 들이켤 때 손에 쥔 종이컵이 생각보다 현 사회와 미래 사회에 큰 의미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이컵 사용은 꼭 필요한 것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고 있다.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음식점들이 그나마 곳곳에 있다. 충분히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종이컵 사용은 사람들에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환경파괴나 쓰레기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던 경각심마저 무의식중에 날려버리는 것이 종이컵이다. 종이컵 사용은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려는 많은 시도가 실패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악영향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2023년 11월 환경부에서 '1회 용품 단속 철회'는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적 후퇴였다. 단속 철회 뒤 당연히 민간단체들이 1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대체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에 찬물을 끼얹었다. 생분해 플라스틱개발, 다회용 용기 등 친환경 재료를 개발하려던 사업자들도 큰 타격을 볼 수밖에 없었다. '종이컵 사용 단속 철회'는 환경을 지켜야 할 환경부의 존재가치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실제 사람들에게 '더는,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없다.'라는 국가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는,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적 추세는 친환경과 걸맞은 세계적 협의나 한발 더 나아가서 합의를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2023년 전까지는 사람들이 적극 동참하여 종이컵 사용이 잠시나마 주춤했다. 그러나 여러 음식점에서 왜, 다시금 종이컵을 많이 사용할까? 종이컵 사용 단속 철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면은 없을까? 가격이 싸서일까? 위생적이기 때문일까? 노동력을 줄여주기 때문일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통계를 도출한 자료가 환경부에는 없을까? 언론·방송에서 환경부의 발표를 만나지 못한 탓은 내 탓일까? 만약, 환경부의 탓이라면 환경부는 본질적인 업무를 반기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조성은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지금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일은 친환경 조성의 기초적인 행동이고 미래가 건강하게 열릴 수 있는 상징이다.
음식점에서는 물컵 이외에도 다양한 음료컵과 주류컵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앞접시들과 여러 가지 식기를 사용한다. 이것들을 사용한 뒤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 설거지통이다. 물컵이 거기에 추가된다고 해서 큰 비용이 더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종이컵을 사용함으로써 노동시간이 절약되거나 업무 속도가 빨라질까? 종이컵을 사용하더라도 종이컵을 포장에서 빼내고, 테이블에 배치하고, 종이컵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이 더 해지기 때문에 엄밀히 다회용 컵 때문에 생기는 추가적 노동수요는 그리 크지 않다.
언제나 종이컵 사용에 대한 심각성을 주장하는 내게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종이컵 사용이 뭐가 문제냐?" 그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종이컵은 천연펄프로 만든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120억 개에 달하고, 이는 50㎝ 지름의 나무 1,500만 그루의 양이다. 이산화탄소 발생은 13만 2천 톤에 달한다. 게다가 종이컵은 미세플라스틱을 우리 몸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뜨거운 액체를 종이컵에 받아 마실 경우 종이컵의 발암물질이 컵에 녹아 우리 몸에 흡수된다. 종이컵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종이컵 제조에 들어가는 엄청난 물소비와 이산화탄소 발생에 대한 비용을 어느 누구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 비용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이 치러야 할 빚이다. 지금 싼 것이 절대 싼 것이 아니다.
어떻게 종이컵 사용을 줄이거나 멈출 수 있을까?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With A Cup 운동을 통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결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종이컵 사용이 제도와 상식, 두 부분에서 어디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먼저 종이컵을 사용하는 업주들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끌어내야 한다. 소비자들의 캠페인도 좋은 방법이다. 종이컵을 사용하면 당장 매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 종이컵 사용을 철회할 것이다. 개인이 하는 것보다는 단체와 단체가 연대를 이뤄서 행동하는 것이 효과가 크겠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일회용품 규제 철회'라는 대책이 아닌 정책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사람들의 상식이 바뀌어야 한다. 편리함과 위생, 저가로 가려진 환경파괴와 지급되지 않은 미래 환경비용을 알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과 생활습관이 기본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따라야 한다. 그것도 빠르게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그러므로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없다.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