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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롯데·SK 렌터카 빅딜 불허…어피니티 독과점 야심에 제재
  • 박영준
  • 등록 2026-02-03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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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업계 1·2위 결합 전격 불허
  • - 가격 인상 및 독과점 우려
  • - 사모펀드 '몸집 불리기' 제동

SK렌터카 - 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 결과 요약

국내 렌터카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고된 롯데-SK 결합이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려던 기업결합 신고에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SK렌터카를 소유한 어피니티가 업계 1위 롯데렌탈까지 삼키려는 것이 시장의 독과점과 가격 인상 폐해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동한 것이다.



사모펀드의 야심, 1조8000억 빅딜의 전말


2024년 8월 어피니티는 당시 SK렌터카를 인수하며 렌터카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야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5년 3월 롯데렌탈 주식 과반을 약 1조8000억 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 결합의 본질은 명확했다. 국내 렌터카시장의 부동의 1위인 롯데렌탈과 2위인 SK렌터카가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되는 것.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던 두 거대 기업이 하나의 몸통이 된다는 소식에 업계는 술렁였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이 시장에 미칠 파장이 막대하다고 판단, 경쟁사와 고객사는 물론 렌터카를 이용하는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설문조사와 경제분석을 하며 현미경 심사에 돌입했다.


단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2024년 말 차량대수 기준)


경쟁 상대 없는 압도적 독주 체제 예고


심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기 렌터카시장(내륙 및 제주)에서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절대 강자'가 탄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말 기준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내륙 29.3%, 제주 21.3%나 됐다. 수치만 보면 과반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머지 경쟁사들은 대부분 점유율 1% 미만의 영세한 중소 사업자들이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내륙에서는 3위 사업자(쏘카)보다 점유율이 무려 7.9배, 제주에서는 5.3배나 높아진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조차 성립되지 않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1강 체제가 구축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가 심화되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져 렌터카 이용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경제분석 결과, 결합 후 내륙 단기 렌터카 요금은 12%, 제주 지역은 11%까지 인상될 압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2024년 말 차량대수 기준)


제주도의 렌터카 총량제, 독점의 방패막이 될라


특히 제주도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제주도는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 중이라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나 차량 증차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수 없는 닫힌 시장인 것이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수년간 제주 지역 경쟁사의 차량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2018년 이후 두 회사가 흡수한 차량만 수천 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제주 렌터카시장의 경쟁은 사실상 실종될 위기에 처한다. 공정위는 이 결합이 승인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되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장기 렌터카시장도 '기울어진 운동장'


1년 이상 차를 빌리는 장기 렌터카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38.3%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경쟁자로 꼽히는 캐피탈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리스 자산 대비 렌터카 자산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본업 비율 제한' 규제에 묶여 있다. 마음대로 렌터카를 늘릴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반면 롯데와 SK는 이런 규제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차량 정비와 중고차 판매까지 수직 계열화하여 막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공정위는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결합 후 약 5%대 가격 인상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팔고 떠나면 그만?…사모펀드 먹튀 우려도


보통 기업결합 심사에서 독과점 우려가 있으면 가격 인상 제한이나 일부 자산 매각 같은 '조건부 승인'을 내리기도 한다. 


이번엔 달랐다. 공정위는 '주식 취득 금지'라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배경에는 인수 주체가 사모펀드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사모펀드는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높여 되파는(Buyout) 것이 주목적이다. 공정위는 사모펀드 특성상 가격 인상 제한 같은 행태적 조치만으로는 장기간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2위 사업자를 합쳐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한 뒤 비싼 값에 매각하고 떠나버리면 망가진 시장 경쟁 구조와 소비자 피해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의 이번 불허 결정은 렌터카시장의 경쟁 구조를 지키고 소비자 주머니를 보호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공정위는 아울러 시장 내 경쟁자를 인수합병(M&A)해 손쉽게 이익을 독점하려던 사모펀드의 행보에도 경고등을 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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