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매계약 체결 후 매도인이 '단순 변심'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매수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매도인의 계약해지 요구는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개인적인 재정 상태의 변화나 새로운 투자 기회 발견, 가족 구성원의 반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이때 매도인들은 종종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하겠다는 제안을 하거나, 추가적인 보상까지 약속하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변심'은 법적으로 정당한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매매계약은 단순한 약속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모두 지급된 상황이라면, 매도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더더욱 받아들여질 수 없다.
다행히도 법은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우선 매수인은 잔금을 법원에 공탁함으로써 계약 이행 의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이는 매도인이 잔금 수령을 거부하더라도 매수인이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고자 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공탁 절차는 법원에 공탁 신청서를 제출하고, 공탁금을 납입한 후, 공탁서를 발급받는 순서로 진행된다.
다음으로 매도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이 매도인의 부동산 처분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매수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다. 처분금지가처분이 인용되면 매도인은 해당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가장 강력한 수단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강제로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법이다.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매매계약서, 계약금 및 중도금 지급 증빙, 잔금 공탁 증명서 등 관련 증거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등 모든 통신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법적 대응 과정에서 매수인이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감정적 대응은 피해야 한다. 매도인의 부당한 요구에 화가 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대신 차분히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부동산 거래는 고액의 재산적 가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처분금지가처분이나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은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매도인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계약해지 요구는 매수인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히 대응한다면 매수인의 권리는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 증거를 철저히 확보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부동산은 대부분 거액이어서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동훈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충북대에서 법학전문석사과정을 마쳤다. 로엘법무법인을 거쳐 현재는 능곡역지역주택조합 자문변호사와 인천작가회의 자문변호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