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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위기돌파 해법 담긴 '선경실록' 복원…최종현 선대회장 육성녹음 3,530개 담겨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04-02 12:07:14
  • 수정 2026-03-25 22: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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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자키 야마니 장관 설득해 오일 쇼크 위기 정면 돌파
  • - 끈끈한 형제애와 남다른 혜안으로 종합 에너지사 도약

1980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 SK이노베이션인수 후 첫 출근하고 있다. [SK 제공]"상당수 사람이 '최근 정치 불안이 커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한다지?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별안간 예측도 못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빨라. 우리는 가장 리얼리티를 걷는 기업가들이니까 불안 요소 때문에 괜히 우리(기업인)까지 들뜰 필요는 없다라고 난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최종현 SK선대회장 육성 녹음, 1980년대 중반 선경 임원/부장 신년간담회 中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끈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생생한 육성이 27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SK그룹은 수장고에 보관하던 과거 문서와 사진, 음성 자료를 찾아내 영구 보존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번에 빛을 본 자료는 모두 13만1647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 선대회장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는 3530개로,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들어도 1년 이상 걸리는 방대한 분량이다. 임직원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던 순간이 고스란히 남아 한국 경제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로 쓰일 전망이다.


1996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SK 제공]HBM 성공의 밑거름이 된 지식 산업 중심 사고


최 선대회장은 일찍부터 하드웨어를 넘어선 지식 산업의 가치를 꿰뚫어 봤다. 1992년 임원 간담회에서 그는 연구개발 직원의 역할을 실험실 안으로 가두지 않았다. 연구원도 시장을 관리하고 마케팅을 경험해 돈이 모이는 곳을 알아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저히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읽어야 한다는 이 지적은 훗날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로 시장을 주도하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같은 해 열린 SKC 회의에서는 하드웨어 중심 산업의 한계를 명확히 짚었다. 빈 플로피디스크를 팔면 1달러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아 팔면 가치가 20배로 뛴다고 설명했다. 한국 산업이 단순 제조를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내다본 것이다. 


199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모임 등 여러 산업 시찰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세계화 시대의 생존 전략을 논의할 때도 그의 철학은 일관됐다.


1994 6월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사진 왼쪽 5번째). [SK 제공]사우디 석유 장관의 마음을 움직인 퉁소 가락


그의 통찰력은 세계 경제가 휘청이던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터지며 한국 경제는 원유 공급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요청을 받은 최 선대회장은 직접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교섭에 나섰다.


그는마과 단순한 사업 상대를 넘어 깊은 우정을 쌓았다. 야마니 장관을 한국으로 초대해 전통 국악과 애절한 퉁소 가락을 직접 들려주며 한국 문화를 향한 애정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진심 어린 교감과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 원유 공급 약속을 받아냈다. 이러한 위기 돌파 능력은 훗날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며 SK가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1998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좌석 왼쪽 4번째)그해 8월 별세했다. [SK 제공]유학 자금 선뜻 양보한 수원의 호기심 많은 소년


세계 무대를 누빈 경영인의 떡잎은 어린 시절부터 달랐다. 1929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난 최 선대회장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끝까지 답을 찾아내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할 때는 영문 성씨 표기를 두고 미군 대위에게 조언을 구해 실제 발음과 가장 가까운 'Chey'를 선택할 정도로 치밀했다.


무엇보다 형제애가 각별했다. 서울대에 다니며 유학을 결심했지만, 형인 최종건 창업회장이 선경직물을 인수하고 자금난에 시달리자 선뜻 자신의 꿈을 미뤘다. 


아버지를 설득해 유학 자금을 형의 사업에 보태도록 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족을 향한 헌신과 단단한 형제애는 훗날 그룹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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