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볼일이 있어 은행에 갔다. 상담이 길어지다 보니 옆 자리의 청약저축 납입인정액 상향을 묻는 할머니의 상담 내용이 들렸다.
상담원은 할머니에게 어르는 목소리로 친절하게 "네, 10만원을 넣으셔도 되고 25만원을 넣으셔도 되요" 하자 할머니는 "그럼 10만 원 넣어도 된다는 거지?" 하는 물음의 답변이 이어졌다. 상담원은 다시 "10만원을 넣어도, 25만원을 넣어도 된다"고 대답했다.
나도 거기까지 듣고 내 업무를 해야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청약저축을 넣으려는 이유가 공공분양주택에 청약하려는 것이라면 분명 잘못된 상담이어서다.
11월 1일부터 공공분양주택을 청약할 때 인정되는 청약통장 월 납입인정액 한도가 41년 만에 10만원에서 25만원이 된다. 청약통장은 전용면적 85㎡ 이하인 공공주택 및 민영주택을 분양받을 때 필요하다. 매월 2만원 ~ 50만원을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월 최대 납입인정액이 10만원이었다.
월 납입인정액이 중요한 이유는 공공분양주택에서 당첨자를 선정할 때 공고일 전까지의 납입인정액을 보기 때문이다. 최근 뜨거웠던 동작구 수방사 공공분양 때 당첨액 커트라인이 2,550만원이었다. 그래서 공공분양에 청약을 넣으려는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최대 금액을 넣어왔다. 11월 1일부터 월 최대 납입인정액이 25만원이 되는데 은행원의 상담처럼 그 할머니가 앞으로 10만원만 넣으면 공공분양주택을 청약할 때 다른 사람보다 불리할 수 있다.
은행원들의 이런 상담은 지금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도 청약저축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물어보면 "2만원부터 10만원까지 넣을 수 있어요"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목적으로 가입하려는지 묻지 않으면 의도와 다르게 예비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오래전 청약에 가입한 사람들이 "은행원 말 듣고 2만원씩 넣었는데 청약하려니 금액이 부족해 청약을 하지 못했어" 같은 얘기는 인터넷에 수도 없이 많다. 게다가 청약 같은 건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야 효력을 발휘하기에 가입할 때 누가 상담했는지, 어떤 상담이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금융소비자가 상담 한 번 잘못받으면 소소한 금액부터 크게는 몇 억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 동작구 수방사 같은 공공분양 공고에서 1만원 차이로 떨어지면 수억원 손해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내용이 중요하다. 어떤 목적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며칠 전부터 은행들이 바쁘다. 청약저축 입금액 상향에 따른 통장 전환도 해야해서다. 그럴수록 상담 내용이 중요하다. 은행원들의 '친절한 말투, 불친절한 내용'이 오랜 시간이 지나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