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곽정훈 교수(교신저자), 정지현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곽정훈 교수 연구팀이 유기열전소자의 성능과 공정 조건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하는 ‘머신러닝 기반 실험설계법(Design of Experiments, DOE)’을 개발했다.
유기열전소자(Organic thermoelectric device)는 사람의 피부나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저온의 버려진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다. 유기열전소자 분야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한 첫 사례인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실험 설계법은 많은 변수로 최적의 성능 조건을 찾기 어려웠던 유기열전소자의 성능을 효과적으로 최적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받는다.
박사과정의 정지현, 박수연 연구원이 주도한 해당 연구 성과는 11월 26일 에너지·소재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IF: 24.4)에 게재됐다.
유기열전소자는 기계적 유연성이 우수하고 대면적 제작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 덕분에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의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vsesting) 소자로 각광받고 있으며, 온도 센서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결정성 무기물 소재가 사용되는 기존 열전 기술(Thermoelectric technology, 열과 전기를 상호변환하는 기술)과 달리, 도핑된 반결정성 고분자 박막이 사용되는 유기열전소자는 그 최적 성능 조건을 찾기 어려웠다.
도핑된 반결정성 고분자 박막으로 인해 공정 변수(도핑 농도, 필름 형성 방법, 열처리 온도 등)와 열전 성능(전기 전도도, 제백 계수 등)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기열전소자의 성능이 최적화되는 조건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반복적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곽정훈 교수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반 실험 설계법을 도입했다.
먼저 연구팀은 유기열전소자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공정 변수(스핀 속도, 도핑 용액 농도, 도핑 시간, 열처리 온도)를 선정한 다음, 변수별로 네 가지 조건을 설정했다. 이 경우 모든 변수를 평가하기 위해서 최소 4의 4제곱, 즉 256가지 공정 조건의 열전소자를 제작하는 것이 전통적 방법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인공지능(AI) 기반 실험 설계법을 개발해 단 16개(4X4)의 열전소자만으로 유기열전소자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정 변수의 중요도를 도출하고 최적의 공정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반복적 실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유기열전소자의 최고 성능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반 실험 설계법은 향후 소자의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소재 및 공정의 개발 방향도 제시하리라 전망된다. 유기열전소자는 웨어러블 기기나 소형 전자소자의 전력원으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1저자 정지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 기반 기술을 통해 적은 횟수의 실험만으로 최적의 열전 성능을 효율적으로 도출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AI 활용 사례”라며 “전통적인 반복 실험 방식을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 설계로 전환할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과다”고 말했다.
곽정훈 교수는 “AI 기반 실험 계획법을 통해 연구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을 뿐 아니라, 탐구가 어려웠던 다차원 변수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