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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선의 희망공간] 마음속에 또다시 짙푸른 4월을 새기며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4-28 00:00:02
  • 수정 2026-03-17 20: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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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4·3항쟁'과 '4·16세월호' 때 숨져간 꽃망울 터뜨리다
  • - 4월이 져도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기억이 새로운 미래다

송형선 활동가

몇 주 전이다. 3월이 가고 4월이 왔다. 잔뜩 움츠린 꽃봉오리들도 활짝 폈다. 기세등등한 꽃들의 기세로 완벽한 봄이 돌아왔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산과 들에 꽃향기가 출렁거렸다. 3월부터 핀 산수유, 목련, 개나리에 진달래, 이름 모를 꽃들까지 산과 들판에 향연이 펼쳐졌다. 


바다 건너 제주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채꽃이 만개했다. 그야말로 따뜻한 계절이 4월이었다. 방방곡곡 예외 없었다. 4월은 다른 말로 향기로운 봄이었다. 그러나 마냥, 즐거운 봄이 아니었다. 아무렇게 받아 안을 4월이 아니었다. 


'4·16세월호'의 그해 4월 또한,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산과 들에 꽃이 피고 바람은 얼마나 푸근했는가? 그렇게 4월은 오래전부터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돌아오는 4월이 아니었는가? 나 어릴 때 학교마다 봄소풍 나선 학생들, 누구나 웃음꽃 피어나던 봄이 아니었는가? 소풍 전날 밤을 지새운 설렘이 행복한 4월이 아니었는가? 손꼽아 기다린 그 4월 아침이 아니었는가? 


그러나 '4·16세월호' 때 숨져간 학생들과 일반인,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게는 그해 4월이 너무나 끔찍했다.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 된 기나긴 시간은 너무도 잔인했다. 그들만이 아니다. 4월은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달이 되었다. 직접 또는 간접 피해를 보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대한민국 사람들만이 아니다. 세계인들도 푸르게 익어가는 대한민국의 봄을 만끽할 수 없는 4월이 되었다. 안타까운 4월이 되었다. 짧은 세월에 회복할 수 없는 4월이 되었다. 긴 세월을 숨죽인 채 상처를 아파해야 할 4월이 되었다. 


그러나 악마는 반성이 없다. '4·16세월호' 무렵 핀 향기로운 꽃처럼 숨져간 아이들의 4월이, 이토록 생생하게 아픈 4월이, 그래서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운 4월이, 마음에 시퍼렇게 멍이든 4월이 또다시 지나가고 있다. 열한 번째 4월이 지나가고 있다. 단연코 잊어서는 안 될 4월이 지나가고 있다. 마음에 시퍼런 각오 한 움큼을 남기고 4월이 지나가고 있다. 


멀리 4월이 지나가고 있는 제주에서부터 나뭇잎들이 하늘을 푸르게 물들이며 바람을 밀어 올리고 있다. 거리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옷깃들이 나부낀다.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도시로 건너온 바람이 익어간다. 어찌 잊을까? 4월은 함께 저 바람을 통해 뜨거운 여름을 관통할 것이다. 그러므로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언제나 우리는 4월이어야 한다. 다시금 꽃이 피듯 우리는 영원히 4월이어야 한다. 


'4·3항쟁'의 그해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제주도의 유채꽃 향기는 얼마나 향긋했을까? 파도가 부서지는 포말의 봄바람은 얼마나 눈부셨을까? 짙푸른 4월이면 바다 멀리에서 파도가 쳤을 것이다. 하얀 물보라가 일고 잔잔해진 파도가 다시 일어섰을 것이다. 들판에는 유채꽃과 온갖 봄꽃들이 지천이었을 것이다. 


해방을 맞은 이들의 마음에도 새 나라에 대한 봄의 꽃들이 만개했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산천에서 사람들이 꽃잎처럼 쓰러졌다. 눈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던 그 들판에서 해방된 내 나라의 군인과 경찰들이 그 꽃 같은 이들에게 총을 쏘고, 반공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미친 청년들은 죽창으로 사람들을 찌르고, 마을에 불을 질렀다. 그저 해방된 내 나라에서 이제는 주인으로 살아보겠다는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었다. 


그해 4월을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군인이 제주도를 통째로 죽였다. 남은 이들에게도 이 아름다운 4월을 마냥 즐거워할 수 없게 4월을 죽였다. 마음에 시퍼런 자국을 남기며 4월을 죽였다. 


'4·3항쟁' 때 학살당한 제주도 양민들이 가라앉은 4월의 바다다. '4·16세월호' 때 아이들이 잠긴 4월의 바다다. 이 나라를 지켜갈 아이들과 이 나라를 지켜온 양민들이 짙푸른 4월의 바닷속에 잠겼다. 그 많은 생명을 4월의 바다가 삼켰다. 아니, 4월의 바다가 삼킨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숭고한 생명들을 삼켰다. 


이제 우리는 4월을 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떻게 꽃 진 자리마다 새로운 잎사귀를 틔울 수 있을까? 잊지 않은 마음으로부터 다시 4월은 살아나야 한다. 희생의 봄날 꽃잎들의 숭고함을 푸르게 새기며 훗날 피어날 꽃밭과 아름답게 다시 돌려줄 4월을 되살려야 한다. 


덧붙이는 글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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