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 고혜경 옮김 / 한겨레출판 / 75,000원
인류가 모권제 사회인 건 알고 있었는데 어떤 구조이며 남녀의 역할은 어땠을까. 태초의 신들은 정말 여신이었을까?
한겨레출판에서 《여신의 언어》를 복간했다. 저자 마리아 김부타스(Marija Gimbutas)는 원시 인류에서는 남녀가 평등하고 여신을 숭배하는 문화였다고 한다. 기원전 7000년경 ~ 기원전 3500년경 유물을 통해 '올드 유럽'(인도-유럽 문명 형성 이전의 유럽)의 여신전통문명과 그 후에도 명맥을 이어온 여신전통과 모계사회의 흔적들을 설명한다. 2000여 유물의 의미를 상징군으로 분류했다.
가부장제 확립 되기 전인 선사시대의 종교, 사회, 이데올로기, 문화를 밝혀낸 독보적이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89년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뒤 다양한 사상과 연구,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대에서 고고학 연구자로 첫발을 내디딘 김부타스는 당시 학내 유일한 여성 고고학자로 '전쟁'과 '지배'의 논리로 인류를 설명하는 관점에 회의를 느끼며 다른 질문을 품게 된다. "인류 역사에 전쟁은 정말 불가피했을까? 그 역사 속에 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인류 문명 내내 남자가 여자를 지배했을까?"
선사시대(특히 신석기 시대까지) 신상의 90퍼센트는 여신상이다. 가장 오래된 인간 형상 조각상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도 이 시기 유물이다.
여신의 의미를 풍요와 다산으로만 한정해 온 그간의 논의와 달리 김부타스가 밝혀낸 땅과 달을 비롯한 자연 만물에 친연성을 갖는 이 시기 상징들의 주요 주제는 탄생과 죽음(파괴), 재탄생이다. 생명과 탄생도 중요한 테마지만, 모성으로만 여신의 힘을 설명하는 것은 당대의 여신성(여성성)을 축소 해석하는 관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