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16,000원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가 필요할까. 매 순간 시적 언어가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됐을까.
수오서재에서 류시화 시집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를 펴냈다. 사랑과 고독, 희망과 상실, 시간과 운명에 대한 통찰을 담은 시 93편이 담겨있다.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삶의 이야기는 서정적이면서도 절실하다.
표제작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는 한 사람과의 만남이 가져온 존재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라는 구절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시인은 일상의 순간부터 타인과 관계 맺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시적 언어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순간들을 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며,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뭍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그렇게 절망이 온몸으로 바닥을 친 적 있는지" (「살아 있다는 것」 중에서)라는 시구처럼 삶은 늘 새로운 도전을 준다. 시인은 그 도전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시로 승화시킨다.
나아가 시인은 현대 사회에서 잊혀가는 시심(詩心)의 가치를 되새기며, 시를 통한 자기 치유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백 사람이 한 번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를 지향하는 그의 시 세계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문재 시인은 "고압 전류에 감전된 것 같은" 시집이라 말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시심의 순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바래더라도, 우리 마음 한구석에 새겨진 시의 흔적들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류시화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등 다수의 시집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