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오전 10시.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이 해제되고도 사흘이 넘어서야 담화를 발표했다. 놀란 국민들께 사과하며 해결 방안을 정부와 국민의힘에 일임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사과였고, 즉각 하야였다.
윤석열의 말에는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가 없다. ‘국민이 놀랐으니 사과한다’ 정도다. 담화를 듣다 정태춘·박은옥의 <일어나라 열사여>가 떠올랐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 칼 쥐고 총 가진 자들
싸늘한 주검 위에 찍힌 독재의 흔적이 검붉은 피로 썩은 살로 외치는 구나.”
지금 이곳 대한민국 서울에 ‘독재의 흔적’이 자욱한데 그 원흉이 윤석열이다. 5·18광주항쟁 이후 45년간 차곡차곡 이룩한 우리의 민주의식은 12월 3일 밤 ‘비상계엄’으로 죽거나 다쳤다. 그 주검 위에 다시 민주주의를 찾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윤석열의 오늘 담화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절박함이 ‘비상계엄’을 발령할 정도면 능력 없음은 물론 염치도 없음을 알아야 했다. 우리는 놀란 정도가 아니라 무섭고 두려웠다. 전두환의 탱크와 헬기가 어른거렸고, 광주의 피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누군가는 거리에서의 죽음을 생각했다. 그런데도 염치 없이 자기 살 길 궁리만 하다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의 절박함’이라니. 우리의 절박함은 죽음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법적, 정치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장난이다. 사후 책임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반대할 때, 그들을 설득할 목적으로 하는 말이다. 지금은 “병력이든 돈이든 지원할 테니 다 잡아들여” 같은 보도처럼 ‘계엄’의 모든 일을 벌여 놓아 책임질 일만 남은 상황이다.
어쩌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말로 쿠데타에 실패했음에도 후에 대통령이 된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를 흉내낸 듯하다. 윤석열은 망상이 깊은 사람이다. 미치지 않았다. 너무 순수해서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옳고, 이해 못하는 우리가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차베스를 대충 따라하고선 부활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제2의 쿠데타는 없다"는 믿을 수 없다. 게다가 정국 안정 방안을 왜 정부와 여당이 책임진단 말인가? 책임지지 못하는, 책임질 수 없는 정부를 탄핵하고, 당의 존립과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그에 동조하는 ‘여당’ 국민의힘에게 일침을 가해야 하는 일이다.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명령을 받고선 ‘계엄이 올바른가? 시민을 향해 돌격해야 하나? 나중에 처벌 받지 않을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들이 주저하며 30분이 늦춰졌다. 그래서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우리가 끊임 없이 ‘국민주권’을 찾아온 결과다. 윤석열의 담화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무엇을 하든 무시해야 한다. 무엇이든 우리를 위해 하는 일은 아닐테니까. 한동훈 대표는 담화 직후 말을 머뭇거렸다. ‘탄핵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윤석열에게 말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