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12·3 비상계엄_7일 담화] ’죽거나 다친 민주의식’···“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4-12-07 12:20:43
  • 수정 2024-12-07 13:12:10

기사수정
  • - '독재의 흔적' 자욱한 대한민국
  • - “법적, 정치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장난

MBC 캡처


12월 7일 오전 10시.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이 해제되고도 사흘이 넘어서야 담화를 발표했다. 놀란 국민들께 사과하며 해결 방안을 정부와 국민의힘에 일임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사과였고, 즉각 하야였다. 


윤석열의 말에는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가 없다. ‘국민이 놀랐으니 사과한다’ 정도다. 담화를 듣다 정태춘·박은옥의 <일어나라 열사여>가 떠올랐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너희 칼 쥐고 총 가진 자들

싸늘한 주검 위에 찍힌 독재의 흔적이 검붉은 피로 썩은 살로 외치는 구나.”


지금 이곳 대한민국 서울에 ‘독재의 흔적’이 자욱한데 그 원흉이 윤석열이다. 5·18광주항쟁 이후 45년간 차곡차곡 이룩한 우리의 민주의식은 12월 3일 밤 ‘비상계엄’으로 죽거나 다쳤다. 그 주검 위에 다시 민주주의를 찾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윤석열의 오늘 담화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절박함이 ‘비상계엄’을 발령할 정도면 능력 없음은 물론 염치도 없음을 알아야 했다. 우리는 놀란 정도가 아니라 무섭고 두려웠다. 전두환의 탱크와 헬기가 어른거렸고, 광주의 피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누군가는 거리에서의 죽음을 생각했다. 그런데도 염치 없이 자기 살 길 궁리만 하다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의 절박함’이라니. 우리의 절박함은 죽음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법적, 정치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장난이다. 사후 책임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반대할 때, 그들을 설득할 목적으로 하는 말이다. 지금은 “병력이든 돈이든 지원할 테니 다 잡아들여” 같은 보도처럼 ‘계엄’의 모든 일을 벌여 놓아 책임질 일만 남은 상황이다.


어쩌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말로 쿠데타에 실패했음에도 후에 대통령이 된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를 흉내낸 듯하다. 윤석열은 망상이 깊은 사람이다. 미치지 않았다. 너무 순수해서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옳고, 이해 못하는 우리가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차베스를 대충 따라하고선 부활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제2의 쿠데타는 없다"는 믿을 수 없다. 게다가 정국 안정 방안을 왜 정부와 여당이 책임진단 말인가? 책임지지 못하는, 책임질 수 없는 정부를 탄핵하고, 당의 존립과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그에 동조하는 ‘여당’ 국민의힘에게 일침을 가해야 하는 일이다.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명령을 받고선 ‘계엄이 올바른가? 시민을 향해 돌격해야 하나? 나중에 처벌 받지 않을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들이 주저하며 30분이 늦춰졌다. 그래서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우리가 끊임 없이 ‘국민주권’을 찾아온 결과다. 윤석열의 담화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무엇을 하든 무시해야 한다. 무엇이든 우리를 위해 하는 일은 아닐테니까. 한동훈 대표는 담화 직후 말을 머뭇거렸다. ‘탄핵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윤석열에게 말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지창영의 시와 사회] 그 눈가에 맺힌 이슬 전야(前夜)는 특정한 일이나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전 시기나 단계를 뜻한다. 전야는 보통 변화를 앞두고 있으므로 설렘을 동반하기도 하고 다부진 각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선거만큼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흔치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사회에 일정 부분 변화가 일기도 한다. 그러나 그간 있었던 선거가 우리 사...
  2.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늘 마주쳐 마음 비춰 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가슴에 화안히 안기어눈물짓듯 웃어 주는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별 하나를 갖고 싶다.마음 어두.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도착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아무것도 아니면 어때지는 것도 괜찮아지는 법을 알았잖아슬픈 것도 아름다워내던지는 것도 그윽해하늘이 보내준 순간의 열매들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벌레 먹어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이대로눈물나게 좋아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여기 도착했어-문정...
  4. 서울관광재단, 2025 상반기 MICE 글로벌 전문가 발대식 성료 서울관광재단이 10일 '2025 상반기 MICE 글로벌 전문가 발대식'을 개최했다. MICE 글로벌 전문가 프로그램은 잠재적 MICE 인재에게 교육프로그램과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해 성장을 지원하고 서울 MICE 업계에는 숙련된 인력을 지원하고자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번 발대식에는 2025 상반기 서울 MICE 서포터즈 서류심사를 통과한 100여 명이 참석...
  5. 인천5.3민주항쟁 39주년 기념행사 개최 인천5.3민주항쟁 3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주촤로 3일 오후 5시 미추홀구 주안동 시민공원에서 열렸다.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천5.3민주항쟁 계승대회는 이민우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의 대회사와 공로자 표창장 수여, 황효진 인천시 정부부시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축사, 김광.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