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출처: 겸손은 힘들다)
'공조본'이 시도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뒤 혼돈의 10일이 지났다. 그사이 '내란 선동'에 가까운 집단행동과 언사들이 극심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광훈을 중심으로 극우 유튜브 동영상 제공자들이 승기를 잡은 듯 주도했고, 생각보다 만만치 않게 국민의힘 측도 다양한 형식으로 동참했다. 일례로 ''국민의 힘 국회의원(약 44명)이 집단으로 한남동 사저 앞에 몰려갔다. 이유는 '불법 체포영장' 발부를 막기 위해서"라 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 행동은 법 위반이다. 체포영장 집행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국회의원일지라도 불법 행위를 보호할 법이나 수단이 없는데도 그들은 현행범을 자처하고 있다. 국민은 불법 행위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어느 누가 이 명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수도 없고 누구나 법 집행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체포 영장 발부가 불법이란다. 그 내용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국민 다수는 이상하기도 하고 믿을 수 없는 정황을 목도하고 있다.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던가? 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원인을 제공한 건 비상계엄을 '불법적'으로 선포한 본인이 아니던가? 그에 따른 조사를 정중히 요청한 '공조본'에 세 차례나 나가지 않은 건 본인이 아니던가? 거부에 거부를 거듭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것을 몰랐던가? 검찰총장 출신이 이러한 수순을 전혀 모를 수 있을까?
돌이켜 살펴보니 윤석열 측이 내놓는 언사가 해볼 테면 해 보라는 것이었다. 한남동 사저에 차벽을 세운 것과 보강한 철조망을 직접 살피는 모습을 보라! 어차피 조사든 체포영장이든 다 거부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렇다고 집행하겠다는 법을 다 거부하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가?
'내란죄'도 '체포영장 발부'도 어불성설이고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 면에서 자유다. 그러나 죄다 불법이라며 사저에 숨은 건 헌법이 보장한 변론의 방식이 아니다. 법을 법으로 대응하지 않는 비겁한 행동이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면, 불법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것 외 아무것도 아니다. 평범한 국민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비상계엄 해제 결의' 뒤 이어진 '비상계엄 해제 발표'(윤석열)의 시간차를 따지면, 다소 억지로 인정한 것 같은 느낌을 버릴 수 없지만.
아무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모든 행위에 대해 본인(윤석열)이 "모든 법적 조치와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말과는 달리 왜 당당하지 못한가? 지지자들과 경호처가 세운 벽 뒤에서 긴 나날을 숨어 있는가?
출처: 겸손은 힘들다
비유하자면 대통령도 한 나라의 장수가 아닐까? 나만 살자고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사지에 몰아넣는 장수가 장수인가? 체포영장 집행 결과는 불 보듯 빤하다. "경찰경비대, 군경비대도 법 집행을 가로막지 않는다"고 밝혔다.
1월 11일 MBC 보도로는 "이제 달랑 남은 경호처 직원들도 강경파 몇이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윤석열은 곧 나타날 결과에 대한 상황 판단이 안 되는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왔다. 하고자 하는 법 집행을 실패한 적이 없다. 혹시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을까? 몇 날 며칠 동안 몇 번을 자문해도 답은 하나다. 그런데 왜 윤석열은 경호처 직원들에게 '공무집행방해죄와 '와 '특수공무방해죄'를 짓게 하는가? 장수라면 병사들을 살리고자 살신성인 해야 하지 않을까? 정황은 마무리 수순만 남은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분명 저지른 행위(비상계엄 선포)가 있었고 그래서 조사(공조본)에 응하라는 통보가 있었을 때 담화(방송)를 통해 피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냥 법을 지키면 될 일이다. 본인과 관련된 법 집행에 대해 하나 하나 '불법'이라 주장을 거듭하는 사이, 멀쩡히 공무원생활을 하던 직원들이 줄줄이 '공무집행 방해죄'와 '특수공무방해죄'를 짓게 됐다.
'불법 비상계엄'에 동조한 다수가 구속됐고 '내란 행위'에 대한 증거들이 수두룩하다. 더는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도, 직원들에게 범법자가 될 명령을 내려서도 안 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장수의 모습이 한 번은 필요한 때다. 사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본인이 저지른 행동으로 나라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