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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18민주항쟁을 모독한 목사·언론인·정치인의 실체
  • 이상실 기자
  • 등록 2025-02-26 08:12:46
  • 수정 2025-03-05 09: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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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금남로에서 탄핵반대 시위를 벌인 자들은 반헌법적 무리일 뿐이다.

지난 15일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1980년 계엄군 총칼에 수많은 시민이 죽거나 수천 명이 다친 현장을 찾아가 계엄 옹호 시위를 벌인 것이다. 한마디로 신군부와 맞선 희생을 잔인하게 짓밟은 인면수심이 아닐 수 없다. 


시위를 벌인 자들은 광주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리가 없다. 광주는 5·18항쟁으로 수천 명이 희생된 아픔의 도시이자, 통곡의 도시였다. 그러한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도시가 광주다.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8일까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를 부르짖으며 광주에서 전개한 시민봉기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다. 수천 년이 흐를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참혹한 사건이자 항쟁이며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화운동이다. 


이후 역대 대통령 누구도 '계엄'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한 쿠데타에 대한 통제적 기능으로 작용한 것이 5·18민주화운동이다. 그럼에도 '민주화 성지'에서, 감히 불법계엄을 옹호하며 탄핵반대 시위를 벌인 자들은 5·18민주화운동의 반대편인 신군부 쿠데타 편에 선 것이다.

 

민주화 성지 금남로를 짓밟은 자들은 누구인가? 그 실체와 정체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방송·언론에서 다룰 때 흔히, 보수세력 또는 극우라고 칭한다. 그러나 그자들은 민족적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가 아니다. 극도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극우도 아니다. 


그자들은 헌법을 부정하는 단체이거나 집단 폭력의 결사체에 가깝다. 주최 측의 면면을 보면, 극소수의 목사·언론인·정치인이 직업적 가면을 쓰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가운데 진실보다는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반국가적 무리일 뿐이다. 


목사로 보기 힘든 전광훈이 이끄는 단체와 닮은 '세이브코리아'는 15일 금남로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예배 형식으로 진행했지만, 세이브코리아 목회자와 신도들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무리와 함께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윤석열을 석방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도 참석했고 발언자로 나온 부산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윤 대통령은 억울하게 구치소에 갇혀 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목사도 설교하던 중 기독교계탄핵반대 집회에서 궤변을 늘어놓으며 사법 시스템을 부정한 전한길을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하나님의 뜻을 따랐던 선지자 엘리야'에 빗대어 칭송했다.


경건해야 할 기도회와 예배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는 것이며, 그런 자들이 하나님의 심부름꾼이라는 '목회자'란 말인가? 


십계명에는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의, 진리, 사랑'을 강조하며 삶을 영위해 온 목회자들이 '부정선거'와 '공작'을 운운하며 변질적 극우의 품속에서 성경에도 반하는 발언으로 국민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는 첫 번째 십계명의 반대편에 있는 윤석열과 김건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을 비판하기는커녕 등을 떠미는 모양새다. 신앙의 본질을 망각하고 성경의 순수성을 해치는 처사다. 그자들은 '유일신'이라는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자행한 '인간 윤석열을 믿고 의지'하겠다는 것, 권력을 남용하며 제 배를 채우기 위해 인권을 짓밟는 '윤석열의 권력'을 소망하는 것, 내 이웃이 아닌 '윤석열만 사랑'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22일 MBC 보도에 따르면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이 미국 보수진영 최대 행사에 참석해 "한국에서 부정선거가 있었고,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으며, 한국이 친중국가가 될 것"이라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고, "아시아의 트럼프"라 치켜세웠다. 


국가망신이고, 국가신인도 하락에 일조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대결을 조장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폭력을 일삼는 독재국가의 하수인으로 살며 이유 없이 폭행 당하면서 무릎 꿇고 살거나 묻히고 싶은가? 


아니라면 체제를 부정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편을 멀리해야 한다. 12.3 불법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에 동조한 목사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기독교의 순수성은 잊은 채 물욕에 사로잡힌 목사들은 목회활동을 접어야 한다.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맹목적으로 윤석열을 추종한 자들은 군부독재의 총칼에 희생된 5·18의 민중들을 기억해야 한다.

 

자칭 보수라는 <조선일보>는 17일 금남로 탄핵반대 집회에 대해 "광주에 모인 반탄 3만 명…여기도 이런 목소리 있다, 알리려 나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지 참석자 중 광주시민도 있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설에서도 양비론을 폈다. "광주에서 열린 보수 성향 집회에 이만한 대규모 인파는 처음"이라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어떻게 결정하든 우리 사회는 견뎌내기 어려운 후폭풍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통합'을 부르짖으면서도 "광주에서의 표현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반민주 발상"이라며 "민주화운동은 대구·부산·마산에서도 벌어졌다"고 논점을 흐렸다. 전두환의 후예다운 발상이다. 광주 민중항쟁을 당시 다른 도시와 동등하게 저울질하면 안 된다. 전두환이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광주가 아닌 어느 도시에서 수천 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행방불명됐는지 묻고 싶다. 점령군이 헬기와 전차, 총탄으로 시민들을 어디를 학살했는지 묻고 싶다. 


거짓과 위선으로 나라를 어지럽히는 극소수 목사·언론인·정치인의 실체적 호명이 재정립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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