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향가(신라), 가요(고려), 시조(조선)에서 보듯 7.5조와 4.4조, 3.4조 등 정형시에서 자유시로 발전했고, 중국은 천자문 같은 4언고시(四言古詩)에서 출발하여 자유시에서 정형시로 변천했다. 그 정점이 당이고 이백(李白)과 두보(杜甫)가 쌍벽을 이룬다. 그래서 도연명, 맹호연, 왕유 등 대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이백(701~762)을 소개한다. 꽃피는 봄을 맞아 문장을 먼저 읊어본다.
春夜宴桃李園序
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而浮生若夢하니 爲歡幾何오. 古人秉燭夜遊는 良有以也로다.
況陽春召我以煙景하고 大塊假我以文章이라.
會桃李之芳園하여 序天倫之樂事하니 群季俊秀하여 皆爲惠連이어늘 吾人詠歌는 獨慙康樂이로다.
幽賞未已에 高談轉淸이라.
開瓊筵以坐花하고 飛羽觴而醉月하니 不有佳作이면 何伸雅懷리오.
如詩不成이면 罰依金谷酒數하리라.
<춘야연 도리원 서>
부천지자 만물지역려 광음자 백대지과객.
이부생약몽 위환 기하. 고인병촉야유 양유이야.
황 양춘소아이연경 대괴가아이문장.
회도리지방원 서천륜지락사 군계준수 개위혜련 오인영가 독참강락.
유상 미이 고담 전청. 개경연이좌화 비우상이취월 불유가작 하신아회.
여시불성 벌의금곡주수.
<봄밤 복사꽃 오얏꽃 핀 정원에서 잔치하는 서문>
무릇 천지라는 것은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이라는 것은 영원한 나그네다.
부평초 같은 인생 꿈만 같으니 즐거워 할 날이 얼마일까?
옛 사람이 촛불을 잡고 밤에 논 것은 진실로 까닭이 있도다.
하물며 따듯한 봄날은 안개 낀 경치로써 나를 부르고, 대지는 나에게 문장을 빌려주었음에랴.
복사꽃 오얏꽃 핀 향기로운 정원에 모여 형제의 즐거운 일을 서문에 적으니, 여러 아우는 빼어나서 모두 혜련이거늘 내가 읊은 시만이 홀로 강락에게 부끄럽구나.
그윽한 감상이 아직 끝나지 않고, 고상한 담론은 더욱 맑아지네.
옥같은 자리를 벌여 꽃 사이에 앉고 새모양 술잔을 주고받으며 달에 취하니, 좋은 시가 아니면 어찌 고상한 회포를 펴리요.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벌로 금곡원의 술잔 수에 따르리라.
<참고>
萬物과 百代는 댓구법으로 자연에는 萬, 인간의 시간에는 百을 쓴다. 두보의 시 '등고'(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 상작객, 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 독등대)에 나온다.
之(갈 지)가 여기서는 ~의로 쓰인다.
良有以也(진실로 이유가 있다)에서 良(어질 량)은 진실로의 뜻.
사혜련(謝惠連. 397~433)은 송의 시인이며 사령운의 족제(族弟)다.
사령운(謝靈運, 385년~433년)은 중국 산수시의 새 영역을 개척하였다. 사강락(謝康樂)이라고 부른다.
금곡원의 벌주는 진(晉)나라 부자 석숭(石崇)이 잔치 때, 시를 지어 회포를 서술하게 하고, 시를 짓지 못하면 벌술로 술 서 말을 마시게 했다. 여기서 '금곡원 벌주(金谷園 罰酒)'는 '술자리에서 받는 벌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