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작가의 권리와 연대 외친 《작가노동 선언》··'홀로'에서 '함께'로의 선언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5-01 10:46:55

기사수정
  • - 골방의 싸움에서 연대의 광장으로
  • - 작가노조,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위한 첫걸음
  • - 글쓰기도 노동이다, 작가노조 출범 앞둔 21인의 목소리

왜 우리는 작가를 '노동자'로 부르는 데 주저하는가? 글쓰기라는 노동은 왜 가려지고 폄하돼야 하는가? 작가는 홀로 싸워야만 하는 존재인가? 불안정한 창작 환경과 낮은 원고료, 불투명한 계약 관행 속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오월의봄에서 '작가'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노동의 실상을 드러내고, '홀로'였던 싸움을 '함께'의 연대로 바꾸려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가노동 선언》을 펴냈다.


작가도 노동자다. '작가노동 선언'은 단순하지만 외면당해 온 현실을 고발한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21명이 한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글 쓰는 노동자다."


2023년 3월 겨우 서넛이 모여 시작한 '준비위'는 2년간 집담회, 연속포럼, 선언 기자회견, 산재보험 적용 촉구 등을 이어왔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종이 찢기' 퍼포먼스를 하며 문제의식을 강하게 어필했다.


1부는 13명의 작가가 글쓰기 노동의 민낯을 고백한다. 이들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고료, 계약서조차 없는 청탁, 강연료 부당 지급'에 몰려있다. 이 같은 상황에 작가들은 외롭고 치열한 생존의 기록을 통해 글쓰기도 명백한 노동임을 드러낸다.


"굶어 죽는 작가, 조용히 사라지는 작가, 몸과 마음이 병드는 작가 곁에 서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다.


2부에서는 작가노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여정이 담긴다.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 문제를 짚고, 성평등위원회를 통한 문화 개선을 시도한다. 오빛나리는 성평등을 "권위와 권력을 적확하게 겨냥하는 '정교한 농담과 유머'를 추구하면서 성평등으로 '극락적 재미의 세계'를 열고자 한다"며 고도의 '투쟁 전략'으로 바라본다.


준비위는 '글쓰기를 노동으로, 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한다. "사회가 씌운 투명망토를 걷어낼 때가 왔다"는 르포작가 변정정희의 말은 선언 전체를 관통한다.


희음 시인은 "이제는 함께라는 다른 상상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르포작가 은유는 “작가노조라는 울타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평론가 성상민은 "평론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친다.


《작가노동 선언》은 작가 개인의 외로운 투쟁을 넘어선다. 동료와 함께, 구조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이 작은 외침이 모여 거대한 물결이 될 것임을 믿게 한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지창영의 시와 사회] 그 눈가에 맺힌 이슬 전야(前夜)는 특정한 일이나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전 시기나 단계를 뜻한다. 전야는 보통 변화를 앞두고 있으므로 설렘을 동반하기도 하고 다부진 각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선거만큼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흔치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사회에 일정 부분 변화가 일기도 한다. 그러나 그간 있었던 선거가 우리 사...
  2.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늘 마주쳐 마음 비춰 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가슴에 화안히 안기어눈물짓듯 웃어 주는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별 하나를 갖고 싶다.마음 어두.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도착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아무것도 아니면 어때지는 것도 괜찮아지는 법을 알았잖아슬픈 것도 아름다워내던지는 것도 그윽해하늘이 보내준 순간의 열매들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벌레 먹어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이대로눈물나게 좋아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여기 도착했어-문정...
  4. 서울관광재단, 2025 상반기 MICE 글로벌 전문가 발대식 성료 서울관광재단이 10일 '2025 상반기 MICE 글로벌 전문가 발대식'을 개최했다. MICE 글로벌 전문가 프로그램은 잠재적 MICE 인재에게 교육프로그램과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해 성장을 지원하고 서울 MICE 업계에는 숙련된 인력을 지원하고자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번 발대식에는 2025 상반기 서울 MICE 서포터즈 서류심사를 통과한 100여 명이 참석...
  5. 인천5.3민주항쟁 39주년 기념행사 개최 인천5.3민주항쟁 3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주촤로 3일 오후 5시 미추홀구 주안동 시민공원에서 열렸다.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천5.3민주항쟁 계승대회는 이민우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의 대회사와 공로자 표창장 수여, 황효진 인천시 정부부시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축사, 김광.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