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불안형 디디와 회피형 유진의 사랑 이야기 《내일도 흔들릴 나에게》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5-07 08:44:34

기사수정
  • - '와해된 나'에게 건네는 연민과 용기의 기록
  • - 폭력, 불안, 관계를 그린 섬세한 심리툰
  • - 구원이 아닌 성장의 여정을 담은 현실적 사랑 이야기

남디디 지음 / 아르테 / 22,000원"왜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고통스러울까?" "누군가를 만나면 정말 구원받을 수 있을까?" "내 자존감은 왜 늘 바닥일까?" 


아르테(arte)에서 인스타툰 '코딱지툰'으로 독자들과 교감해 온 남디디 작가의 첫 단행본 《내일도 흔들릴 나에게》를 펴냈다.


"유진을 만난 건 내가 와해되었을 때다." 이 만화의 시작이다. 주인공 디디는 부모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했고, 애인에게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을 당한다. 


그들의 그림자 아래 살던 디디는 어느 날 유진을 만난다. 유진은 조용하지만 다정하고, 디디는 그의 지지에 힘입어 폭력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완전한 구원은 없는 법." 디디는 여전히 불안에 휘청이고, 유진은 그 불안을 감당하지 못한 채 점점 거리를 둔다. 이들은 서로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감정적으로 무너진 여성 디디와 감정에 쉽게 접근하지 않는 남성 유진의 관계를 통해, 현대인이 겪는 정서적 결핍과 회복의 과정을 다룬다. 디디는 '애정결핍형 불안'이고, 유진은 '회피형 애착'을 지닌 인물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심리적인 부조화와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균열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만화는 감정선뿐 아니라 연출도 뛰어나다. 디디가 거미줄 속에서 춤추는 장면은 불안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부모는 '그림자 괴물'로 등장하고, 폭력의 흔적은 무심한 대사와 텅 빈 배경으로 그려진다. 영상편집자 출신답게 장면 구성은 영화적이고 감각적이다.


남디디는 자신의 경험을 '디디'에 투영했다. 그 덕에 디디의 내면은 더 설득력 있고 현실적이다. 


각 장의 제목들도 상징적이다. 1장은 '먼지', 2장은 '점성', 3장은 '알러지', 4장은 '코딱지'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단어들이지만, 모두 감정의 찌꺼기이자 생존의 흔적이다. 그 위에 덧입혀진 감정은 무겁고 진하다.


책은 단순한 힐링툰이 아니라 독자에게 불편함과 함께 자각을 건넨다. 독자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 과거의 사랑, 혹은 현재의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응원은 결국 '나에게' 향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흔들릴 나 자신에게.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지창영의 시와 사회] 그 눈가에 맺힌 이슬 전야(前夜)는 특정한 일이나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전 시기나 단계를 뜻한다. 전야는 보통 변화를 앞두고 있으므로 설렘을 동반하기도 하고 다부진 각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선거만큼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흔치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사회에 일정 부분 변화가 일기도 한다. 그러나 그간 있었던 선거가 우리 사...
  2.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늘 마주쳐 마음 비춰 주는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가슴에 화안히 안기어눈물짓듯 웃어 주는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별 하나를 갖고 싶다.마음 어두.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도착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아무것도 아니면 어때지는 것도 괜찮아지는 법을 알았잖아슬픈 것도 아름다워내던지는 것도 그윽해하늘이 보내준 순간의 열매들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벌레 먹어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이대로눈물나게 좋아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여기 도착했어-문정...
  4. 서울관광재단, 2025 상반기 MICE 글로벌 전문가 발대식 성료 서울관광재단이 10일 '2025 상반기 MICE 글로벌 전문가 발대식'을 개최했다. MICE 글로벌 전문가 프로그램은 잠재적 MICE 인재에게 교육프로그램과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해 성장을 지원하고 서울 MICE 업계에는 숙련된 인력을 지원하고자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번 발대식에는 2025 상반기 서울 MICE 서포터즈 서류심사를 통과한 100여 명이 참석...
  5. 인천5.3민주항쟁 39주년 기념행사 개최 인천5.3민주항쟁 3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주촤로 3일 오후 5시 미추홀구 주안동 시민공원에서 열렸다.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천5.3민주항쟁 계승대회는 이민우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의 대회사와 공로자 표창장 수여, 황효진 인천시 정부부시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축사, 김광.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