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규, 리단, 박소영, 백정연, 장혜영, 조기현 지음 / 동녘 / 17,000원
상처받은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장애인, 환자, 상실을 겪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담은 『누군가의 곁에 있기』가 동녘에서 출간됐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혜영, 치매 아버지를 돌보는 조기현, 사별 전문 상담가 고선규 등 6명의 저자가 자신들의 경험을 풀어냈다. 저자들은 모두 취약한 이들과 관계 맺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자신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조언이 가득한 시대, 이들은 오히려 취약한 존재와의 연결을 선택했다. 발달장애인 동생의 탈시설을 결심한 장혜영은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치매 아버지와 동행을 택한 조기현은 "할 수 없다는 결과보다 할 수 있다는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고 전한다.
책은 장애인 가족, 치매 환자 보호자, 사별 경험자, 길고양이 돌봄자, 장애인 배우자, 정신질환 당사자 등 각기 다른 위치에서 취약함과 마주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공통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색한다.
저자들은 취약한 존재와 관계 맺는 일이 단순한 희생이나 봉사가 아닌,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상처받지 않는 관계에 머물겠다고 다짐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삶은 더 외로워지기만 했다"는 고백은 오히려 관계 맺기가 치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장애, 질병, 상실 등으로 고립되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곁에 있음'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타인의 취약함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지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