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요산문]- 고기 한 판 그리고 인천항 최종회
  • 손병걸 시인
  • 등록 2024-12-22 00:00:08
  • 수정 2024-12-24 15:30:53

기사수정


3. 이사 

내가 드나들던 두 단골 횟집은 끝내, 사라졌다. 십수 개월을 끈질기게 버티며 내려오지 않던 두 간판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동네 소방도로에는 한참 동안 횟집이 생기지 않았다. 회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소방도로에서 다시는 회를 먹고 싶지 않았다. 술도 그리 마시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읽고 쓰고 읽고 쓰는 동안 생각이 많아졌고 두 권의 시집이 세상에 또 태어났다. 와중에 소방도로에는 경적 소리가 나날이 커졌다. 때로는 서로 안 비키겠다는 운전자들이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소방도로 양쪽에 불법주차를 강력히 단속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늘, 소문으로 끝나던 소방도로에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법주차를 한 차들이 우르르 견인차에 끌려갔다. 그러기를 몇 달 만에 소방도로가 깨끗해질 무렵, 나는 그 만월산 아래 빌라촌 지하방을 벗어났다. 


이제 몇 년이라는 세월도 가고 두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연락이 끊어졌다. 물론, 형이야 수소문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 동생도 나도 형도 다 힘든 곳이었다. 어찌어찌 임시로 거처를 구한 지하방에서 나는 여유가 없었다. 좋은 모습을 두 사람에게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이제 동생은 하늘에서 장가도 가고 횟집도 크게 열고 조기축구도 좀 나가면 좋겠다. 그때, 가게를 접고 그곳에서 이사했다는 형도 잘살았으면 좋겠다. 아, 형과 관련된 소식을 들은 바가 있다. 아들과 함께 잠든 이종사촌이 의사자로 인정받은 보도를 접했다. 모두 어느 곳이든지 상관없다. 소방도로에서 겪은 아픔이 아픔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아픔을 품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행여, 나처럼 뜬금없이 그 길을 찾아가 걷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다가 나와 부딪히면, 반갑게 웃으면 좋고 그게 아니라 길이 어긋나도 좋고 언제나 자기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면 더 좋고 지금까지 인연도 참 좋았으니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손병걸 시인은 2005년 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푸른 신호등』,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통증을 켜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가 있고 산문-『열 개의 눈동자를 가진 어둠의 감시자』, 『내 커피의 농도는 30도』가 있다. 수상은 『-구상솟대문학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인국무총리상』, 『민들레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등을 받았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은행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2026년 1월 이후 '달러 약세에도 원화 뒷걸음' 2026년 새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과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훈풍이 불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요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으며 '킹달러'의 위세도 한풀 꺾여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환시장의 풍경은 달랐다. 달러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가치는 오히...
  2. [관세청 수출입현황] 2026년 1월 수출 658억달러 ‘역대 최대’…8개월 연속 증가 2026년 1월 수출이 658억 달러로 역대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6년 1월 수출입 확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8% 증가한 658억 달러, 수입은 11.6% 늘어난 571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8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월 수출은 반도체와 승용차 등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8개...
  3.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2026년 1월 코스피 5300시대 개막…펀드 91.9조 유입 2026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자금이 대이동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반면 증시를 향한 투자 자금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유례없는 53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펄펄 끓어오르자 시중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쫓아 방향을 튼 결과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관리 기조 속에 주춤.
  4. [한국은행 소비자동향] 2026년 2월 경기 훈풍 탄 소비자심리지수 112.1…전월 대비 1.3p ↑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을 기록했다. 1월 110.8에서 1.3p 상승한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2003년부터 2025년까지의 장기 평균보다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경제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가 뚜렷하게 확산하고 있다.경기 판단·전...
  5. '60% 마진의 기적' 삼천당제약, 아일리아 시밀러로 화려한 부활 오랫동안 공들여온 연구개발의 씨앗이 마침내 황금 열매를 맺었다. 삼천당제약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하며 흑자 전환 드라마를 썼다. 그 중심에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글로벌 안과 질환 치료제)가 있었다.삼천당제약(10일 발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