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이면우 시인의 시 '빵집' 전문
이 시는 이면우 시인의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에 실려있다.
요즘은 빵집도 거의 기업화되어 제빵사가 운영하는 작은 동네 빵집을 찾기 힘들다. 시 속 아이네 빵집도 그래서인지 손님이 많지 않은가보다. "집 걱정 하는 아이"는 빵이 많이 팔려 "아빠 엄마가 웃"었으면 한다. 유리창에 붙인 초록 크레파스로 쓴 삐뚤빼뚤한 도화지 글씨를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안에서 읽은 화자도 그 마음을 알 거 같다. 자세를 반듯이 고쳐앉고 꾹꾹 눌러 쓴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곡들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연주를 더 잘한다고 한다. 기교보다는 음표에 집중하여 순수하게 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어른들은 그 맑은 여백을 아이만큼 메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때로는 때묻지 않은 아이의 행동이 어른에게 큰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을 것 같은 그런 빵집에 가고 싶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