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은 다 거기 있었네
조금씩 가라앉고 있던 목선 두 척,
이름붙일 수 없는 날들이 모두 밀려와
나를 쓸어안도록
버려두었네
그토록 오래 물었던 말들은 부표로 뜨고
시리게
물살은 빛나고
무수한 대답을 방죽으로 때려 안겨주던 파도,
너무 많은 사랑이라
읽을 수 없었네 내 안엔
너무 더운 핏줄들이었네 날들이여,
덧없이
날들이여
내 어리석은 날
캄캄한 날들은 다 거기 있었네
그곳으로 한데 흘러 춤추고 있었네
-한강 작가의 시 "오이도 (烏耳島)" 전문
이 시는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에 실려있다.
'오이도'는 시흥시 서남쪽에 위치해 있다. 4호선을 이용하는 필자는 오이도행 전철을 자주 이용해 가보지 못해도 친숙하고 궁금한 곳이다.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원래는 섬이었다. 이 시에서는 이상향인 "이어도" 와 동급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목선 두 척'은 object 쁘띠a인 '사랑과 문학'이라 할 수 있겠다. 화자는 젊은 날 그토록 오래 물었던 '사랑과 문학'에 대한 말들이 부표로 떠있고 무수한 대답을 주고자 했던 파도는 너무 많아 읽을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래서 그 시절을 덧없고, 어리석고, 캄캄한 날들이었다고 한다. 그런 '목선'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렇게 닿고자 열망했던 더운 핏줄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없었을 것이다.
시집을 꺼내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육지가 닿은 섬 '오이도'라 작가가 꿈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