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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인터뷰] '있다·없다展'서 만난 김종찬 화가의 작품세계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3-29 23:21:05
  • 수정 2025-04-02 14: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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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붙이고 두들기고 새기는 순간마다 찾은 마음의 평정
  • - 갯벌서 조개 캐는 어부와 땅 경작하는 농부 같이 감흥할 원시적 작품들

김종찬 화가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내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전시회에 관심 주셔서 고맙습니다. 


전시회에 대한 장소와 기간을 소개해 주십시오. 


'복합문화공간 해시'에서는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제물포고등학교 J갤러리'에서는 4월 14일부터 5월 2일까지 합니다. 


포스터 작품: 형도, 종이와 혼합재료, 46cm x 55cm

전시회 이름의 의미와 작품명들을 알려주십시오. 


전시회 이름은 생기고 사라지고 다시 생겼다 사라지는 현상을 담은 '있다·없다 展'이고요. 작품들은 함허동천, 바다, 찻잔, 두무진, 형도, 정원선생님, 보운이 형, 저어새, 백령도 기행, 대청도 고목바위1, 대청도 고목바위 2, 들녘의 양, 소암마을, 꽃잔, 소래포구 풍경 등입니다. 


'있다·없다 展'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소식, 새로운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됩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 또는 잠자는 순간에도 새로운 것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생겨납니다. 반면에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이 흥하고 망하며 사라지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살아가면서 어느 날 문득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어디선가, 우연찮게 자각하지 못했던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고맙고 기쁘고 풍요로운 시간입니다. 이런 존재들이 붓을 들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인천의 섬들과 바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동네 작은 호수의 연꽃과 양떼목장의 양과 까치들, 소래포구의 풍경들, 함께 걸어온 벗들, 이웃들, 동시에, 인간이 끊임없이 세우고 부수는 물질적 욕망의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작업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작은 마을들은 높은 건물로 대체되고 사라져 갑니다. 연수구 소암마을은 철거되었으며 사라졌습니다. 갯벌도 저어새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존재의 가치와 소멸하는 존재들에 대한 환기를 풀어내고자 했던 회화적 고뇌의 결과물입니다. 


'바위에 새기듯' 작품을 완성했다는 창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좋은 느낌입니다. 부연해 주십시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 한국미술의 원류(原流), 그 뿌리는 어디에 있는지가 궁금해서 선사시대 바위그림에 대한 특징을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김원룡은 한국미술의 원류를 선사시대 바위그림(岩刻畫)에서 찾았습니다. 암각화(岩刻畫)의 특징은 면에서 출발하여 선으로 나아갔습니다. 이 느낌을 재현하고자 신문지라는 재료를 선택하여 오리고 풀로 이겨내서, 화면에 부조(浮彫)형식으로 부착하여 심상과 풍경을 표현했는데, 바위에 그린 그림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붙이고 두들기고 새기는 순간에, 현실의 부조리함을 떨쳐내게 되고 마음에 평정을 찾습니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어부처럼, 땅을 경작하는 농부처럼 원시적 감흥을 일으키게 합니다. 바위에 새기는지 마음에 새기는지 나와 작품은 물아일체가 되었습니다. 


작품 중 '함허동천' 제작년도가 2006~2025년이더군요. 오래 걸린 사연이 있습니까? 


강화도 함허동천 가는길을 소재로 표현했는데요. 갯벌 위에 외로이 정박해 있는 폐선을 묘사한 것입니다. 창작 단계에서 외곽선을 선각 기법으로 새기고 주변 풍경에 대한 질감을 살려서 표현했습니다. 최초 단계에서 그림이 장식적이지도 않고 너무 단순하고 무심하다 싶어서 위 설명처럼 채색을 좀 더 가미하고 형상도 가미하여 보완한 것입니다.


함허동천, 한지원료 위 채색 혼합재료, 75cm x 52.5cm

전시된 다수 작품에서 환경에 대한 주제가 읽힙니다. 선별하여 설명 부탁합니다. 


네, 그런 면이 있지요. 작품 '저어새'는 깃대종이라 할 만큼 멸종위기의 새였으나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한 결과 개체수가 늘어난 철새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길 바라며 조화를 꿈꾼 작품입니다. 


저어새, 종이와 혼합재료, 46cm x 55cm

작품 '소암마을'은 개발로 인해 밀려나고, 사라진 마을입니다. 오래전 철거민 투쟁 현장에 가서 마을을 둘러보고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 언덕배기에 타조농장이 있었는데요. 그 언덕 마을에서 마주하는 곳이 송도 국제도시였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수직적인 건물과 일맥상통한다면, 소암마을은 쇠락해 가는 기억 속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수묵화로 서로 대비효과를 주며 조형의 원리를 사용하여 화선지 위에 먹으로 표현했습니다. '소래포구 풍경'은 내가 살고 있는 주변입니다. 가끔 이곳을 찾습니다. 산책을 하며 바닷가를 걷습니다. 왼쪽에 수인선 철길을 배치했고 관광객이 새우깡을 주고 있는 풍경을 캔버스 뒷면에다 종이죽으로 붙인 뒤 채색을 했습니다.


소암마을, 장지 위에 수묵채색, 47cm x 211cm

내친김에 다른 작품들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작품 '바다'는 제주도 숨굼부리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멀리 보이는 갈대밭과 바다 섬을 주된 소재로 하여 여백의 미를 살려서 섬을 여백의 공간으로 처리했습니다. '꽃잔'은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찻잔 속 꽃을 띄워 새겼습니다. '두무진'은 두무진의 바위가 신령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색칠했습니다. 몇 번이나 지우며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바다를 지키고 있는 위엄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바다, 종이 위에 혼합재료, 40.5cm x 31.5cm

'형도'는 인천의 섬들을 탐방하고 섬의 형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담아’로 표현했습니다. . 영흥도의 선재도, 시흥의 형도를 혼합하였고요. 종이 찰흙을 붙이고 선으로 새겨 부조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주변의 나무는 연하게 수묵으로 했습니다. 

'백령도 기행'은 가족과 함께 백령도를 기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분단된 땅의 경계는 있지만 바다는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바다 밑 생물들은 자유롭게 왕래하더군요. 아름다운 섬이지만 우리에게는 군사적으로 위태로운 지역입니다. 그 광활한 백령도 콩돌해안가에서 기념 촬영한 가족의 모습을 군상으로 묘사했습니다. 


백령도 기행, 장지 위애 수묵담채, 211cm x 147cm

마지막으로 '연꽃'은 인근 공원 연못 주위를 걷다 보면 발견하는 연꽃들입니다. 도심 속 연꽃밭은 시민들에게 평화와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흑백의 대비로 화면 속에 잎의 색, 꽃의 색깔은 없지만, 작가의 개인적 사색과 절제된 조형적 아름다움을 표현했습니다.


연꽃, 종이 위에 수묵채색, 67cm x 64cm

문득, 2003년 제1회 개인전 '삼정아트스페이스(서울)가 생각납니다. 그때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벌써 23년 전입니다. 돌이켜 보니 그때가 내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 무렵, 앞서 전시한 친구가 전시해서 터를 닦아 놓은 터이었고 화랑 주인과 1년 뒤 제가 여기서 개인전을 하겠다고 계약해서 전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살던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빈집으로 몇 달 동안 놓여 있었는데요. 그 공간이 제가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마음 놓고 일과 후 작업실로 썼던 곳이지요. 의미 있는 전시회도 그렇고 작가에게 꼭 필요한 참 유용한 공간이었습니다. 


경북대 예술대학 한국화 전공이시죠? '한국화'를 알기 쉽게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한국화는 80년대 주체성 확립이라는 미명으로 ‘서양화’라는 명칭에 상대해 ‘동양화’라는 명칭이 거북스러워 나온 말입니다. 이제는 ‘동양화’니 ‘한국화’니 이런 말보다는 ‘현대미술’, ‘회화’, 또는 ‘평면미술’로 통하죠~


박사를 수료한 '문화콘텐츠문화경영'과 '창작자'와의 상관관계가 궁금합니다. 


작업을 함에 있어 영감을 얻게 하는 것이 공부인 거 같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가끔 "지금의 '김종찬 화가'는 재능입니까? 노력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때 내 대답은 "유전자 또는 노력이 반반 섞인 것 같다."라고 대답합니다. 두 가지 모두 공부의 영역이고 멈춤 없는 정진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다양한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이 교육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해 사교육비를 근절하고 교육불평등을 타파하는 등 무상교육 확대와 교육여건 개선운동을 통해 민중교육권을 확대하기 위한 단체입니다. 그 방편으로 민중의 교육참여를 확대하는 등 민중적 교육과정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장과 동행하는 예술에 경의를 표합니다. 향후, 계획을 자유롭게 소개해 주십시오. 


이번 전시회를 다녀가신 많은 동료 작가가 피드백을 주신 만큼 부조적인 종이 작업을 더욱더 활발하게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좋은 결과를 믿고 그날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인사말 자유롭게 들려주십시오. 


당분간 현직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며 화가로서도 작업에 좀 더 깊이 있게 몰입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전시회에 다녀가시는 고마운 걸음을 기대해 봅니다. 늘 건강히 지내십시오. 


덧붙이는 글

김종찬 화가는 동인천고 교사를 거쳐 현재 인천바이오과학고에 재직하고 있다. 경북대 예술대학 한국화를 전공한 뒤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 전공 박사를 수료했다. 인천민족미술인협의회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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