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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인터뷰] 김성규 걷는사람 대표···김소월·윤동주·한용운 시에 매혹된 시인
  • 정해든
  • 등록 2025-02-22 13:40:43
  • 수정 2025-03-27 00: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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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출간

김성규 걷는사람 대표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초대 고맙습니다.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 시집 질문에 앞서 시인이 된 특별한 사연이나 시와 만난 최초의 기억이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던 것 같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남들이 다니지 않는 강길(강가)을 걸어 학교에 가고 집으로 오곤 했습니다. 혼자 있는 게 좋았어요. 세상에 하나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다 중2 때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등 시집을 읽고 시의 매혹에 빠져들었습니다.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시가 세상의 전부였어요.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었군요. 그럼, 언제 데뷔했는지 데뷔작은 무엇이고 그 창작노트를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라는 시로 2004년에 데뷔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북가좌동의 반지하에 살고 있었는데 습한 여름과 반지하의 따듯한 겨울이 어떤 상징처럼 응축된 시입니다. 저의 삶뿐 아니라 당시 대도시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면서 쓴 시입니다. 

 

시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 시대를 읽으면 감응이 클 것 같습니다. 인터뷰 사이에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네! 그렇게 하세요.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

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기,

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

동굴에서 세 구(具)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은 부장품과 함께

바닥의 얼룩과 물을 끌어다 쓴 흔적을 설명하려

삽을 든 인부들 앞에서 웃고 있었다

사방을 널빤지로 막은 동굴에서

앞니 빠진 그릇처럼

햇볕을 받으며 웃고 있는 가족들

기자들이 인화해 놓은 사진 속에서

들소와 나무와 강이 새겨진 동굴 속에서

여자는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고

사내는 짐승을 쫓아 동굴 밖으로 걸어나갔으리라

굶주린 새끼를 남겨놓고

온몸의 상처가 사내를 삼킬 때까지

지쳐 동굴로 돌아오지 못했으리라

축 늘어진 젖가슴을 만져보고 빨아보다

동그랗게 눈을 뜬 아기

퍼렇게 변색된 아기의 입술은

사냥용 독화살을 잘못 다루었으리라

입에서 기어 나오는 구더기처럼

신문 하단에 조그맣게 실린 기사가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 새벽

지금도 발굴을 기다리는 유적들

독산동 반지하동굴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전문 

 


데뷔하고 22년을 더 살아낸 시인입니다. 여태 구축해 온 시세계와 앞으로 펼칠 시들이 궁금합니다. 

 

데뷔한 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다니 한편으론 놀랍고 또 허무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계속 시를 쓰고 시 주변에 살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시’라는 거대한 성에서 작은 일을 맡아서 하는 시종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나약한 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저와 초라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세심한 결들에 관해 쓰고 싶고 앞으로도 그런 것들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시인이 출간한 여러 권의 시집 중 들려주고 싶은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십시오. 

 

 

겨울이 끝나고 다시 겨울이 시작되었네 땅을 파고 나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지 두더지들이 가끔 터널 천장에서 툭툭 떨어지더군 추위 속에서 사람들은 맨살을 부대끼며 울었지 충치에 걸린 이가 전짓불 속에 드러났네 

 

눈은 그치지 않았지 방송에선 쉬지 않고 예언자를 비추고 있었네 누에들이 고개를 들고 머리를 흔들듯 경구를 외는 사람들이 있었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그들이 평화로워 보였네 예언자가 사다리를 타고 건물 옥상으로 기어오르자 광신도들은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갔네 

 

아이들은 캐럴을 부르며 구걸을 했네

가난이 그 크고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자

잠을 부르듯 눈가루가 쏟아졌네 

 

예언자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직전까지 광신도들은 차가운 강물 속에서 나오지 않았네 남은 옷가지를 모아 사람들은 불을 피웠네 빌딩의 수도관이 도파되고 부유한 연기는 빌딩을 집어삼켰네 객실과 로비에서 선 채로 얼어붙은 사람들, 죽어가는 장면을 비추는 카메라마다 중계권료가 솟구쳤네 

 

어머니 품에 안겨 잠들 때마다 언제 얼음궁전으로 돌아가느냐 물었지 어머니는 웃는 낯으로 말했네 예언자가 사라진 궁전에서는 모두 숯덩어리 같은 울음을 삼키며 살아야 한다고, 울음을 멈추지 말고 또다른 예언자를 기다려야 한다고…… 흙을 삼키며 사람들이 노래 불렀네 

 

- 시<얼음궁전>전문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만 출판사 '걷는사람'과 '시인선 100호'에 대한 질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인에 대한 인터뷰는 한 번 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질문은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사연입니다. 

 

 

김성규 대표, 한창훈 소설가, 김안녕 편집장, 조혜주 편집자

1990년대 이후, 2000년대부터는 출판의 흐름상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그것이 시대적 흐름일 텐데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자본주의의 냉혹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출판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존 문학의 흐름이 그쪽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지만 방법론적으로 다른 작품들이 발굴되고 주목받길 원했고 그래서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마음 맞는 동료들과 카페에서 만나 일하기 시작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망원동에 사무실을 얻었습니다. 초기엔 디자이너도 없어서 대학생 알바생 겸 직원이 디자인 공부를 해 가며 책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출판사를 열었을 때 주변에서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또 시간이 얼마쯤 지난 후에는, 출판사가 문 닫을 줄 알았는데 계속 버티고 책을 내서 신기하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습니다. 글을 쓰는 선후배들 덕분에 출판사가 아직도 굳건히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하다 보니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고, 그래서 함께했던 분들에게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살아가면서 차차 그 빚을 갚아야겠지요.

 

'걷는사람 출판사'의 창립 시기와 지향점이 궁금합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고자 2016년 11월에 창립했습니다. 한국문학의 다양성을 개진하고 소수자와 함께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첨단의 시대에도 여전히 책이 줄 수 있는 풍요가 있다고 믿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해 가는 좋은 작가들과 작품을 발굴하고 그로써 오늘날 우리 문학장이 간과하고 있는 가치를 일깨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합니다. 시, 소설, 에세이, 인문학 시리즈 등을 다양하게 독자에게 소개하며 창립 이후 250여 종 남짓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걷는사람 출판사'에서 출간한 초창기 책들이 궁금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2017년 박근혜 탄핵 등을 겪으면서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동시에 문학이 이 시대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깊어졌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초창기엔 ‘걷는사람 시인선’, ‘테마시인선’에 집중했고, 뒤이어 시집 복간본 시리즈 ‘다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협동 시집 ‘시골시인’ 시리즈, ‘소설선’, ‘짧아도 괜찮아’, ‘세계문학선’, ‘에세이’, ‘희곡집’, ‘희곡선’, ‘인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점차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채를 책에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창립하자마자 가장 먼저 시작한 테마시인선은 현시대 주요 이슈와 역사적 과제를 주제로 한 시 모음집인데, 제주 4·3 70주년을 기리는 『검은 돌 숨비소리』와 세월호 추모 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같은 책은 동료 문인들을 비롯해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로 지금껏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걷는사람'이라는 출판사 이름과 문학정신이 닮은 듯합니다. 게다가 창립 10년을 앞두고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를 출간했습니다. 시집 제목도 시대의 전환과 어우러지면서 의미가 커 보입니다.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는 오랫동안 준비했었는데, 밀려 있는 다른 책들 출간에 신경 쓰다 보니 예상보다 늦게 출간되었습니다. 좀 늦어진 감이 있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봄날이 다가올 무렵 출간되어서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 속에 여러 시인의 이름이 있는데요. 전달하고자 했던 목소리와 구성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1부 ‘삽사리문고 읽다 까무룩 잠들면’, 2부 ‘밤새 우는 아기를 안은 창백하고 질긴 얼굴’, 3부 ‘왜 아직 거기에 있는 걸까 붉은 노을은’, 4부 ‘한 발 나갔다가 두 발 물러서는 사랑’이라는 부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부의 머리말로 내건 부제들이 매력적입니다. 그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해 주세요. 

 

비교적 초창기에 나온 시집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1부에서는 문명에 대한 통찰과 동시대성을 견지하고 있는 김해자·현택훈·최치언·황형철·이진희 시인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2부에서는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창작 활동을 이어 온 시인들의 작품을 폭넓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제주 홍경희 시인을 비롯해 광주/전남 김호균·이기영·백애송, 충북 김영미·신영순, 경남 손남숙, 대구/경북의 안상학·피재현·손진은·임수현, 대전/충남의 정덕재·이돈형 시인 등의 작품은 지역의 장소성 담긴 생생한 사투리, 구어(口語) 등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밀도 있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현대인이 발 담그고 살아가는 공간(자연/도심/지구)에 관한 질문과 통찰이 깊이 있게 펼쳐지며, 4부에서는 몸과 마음의 통증에 대한 인식, 일상 속 경이로움과 위트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이 돋보입니다. 

 

그동안 출간된 '걷는사람 시인선'들이 축적한 메시지들과 곳곳에 존재하는 시인들의 숨소리가 와닿습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리얼리즘 시의 영토를 굳건히 지켜 왔다”는 평을 받는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을 필두로 송진권(『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안상학(『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박남준(『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김명기(『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등 중견 시인을 재조명했을 뿐 아니라 역량 있는 젊은 시인 김은지(『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이소연(『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오성인(『이 차는 어디로 갑니까』), 원보람(『라이터 불에 서로의 영혼을 그을리며』), 김미소(『가장 희미해진 사람』) 등을 발굴해 내며 독자들에게 꾸준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시인선 1호에서 99호까지 발간한 시집에서 1편씩을 엄선해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에 실었죠? 

 

그렇긴 합니다만, 걷는사람 시인선 1호(김해자 시집)는 2018년 4월 25일 세상에 나왔고, 99호(휘민 시집)는 2024년 8월 31일에 출간되어 지금껏 모두 99권의 시집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참여한 시인은 98명입니다. 정덕재 시인이 ‘걷는사람 시인선’ 이름으로 두 권의 시집을 상재했기 때문입니다.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에 대해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십시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였는데, 그래도 ‘100’이라는 숫자에 걸맞은 기념비적인 일을 벌여 보자 싶어 100호 기념 시집을 기획했습니다. 출간되면 전국의 시인들이 모여 잔치라도 벌일 수 있기를 바랐는데, 2024년 12월에 뜬금없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는 등 상상 이상의 현실이 펼쳐지는 바람에 기대했던 기념회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신 많은 시인이 여의도 광장에서 촛불과 탄핵봉을 들게 되었지요. 광장의 열기만큼 곧 성과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도 편집 과정에서 시집 제목을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상징적인 시집이다 보니 숙고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봄’을 상징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어서 그걸로 정했습니다.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라는 제목은 문신 시인의 시에서 가져온 구절인데, 2025년 신년을 맞아 출간되었고 곧 꽃봉오리 터지듯 희소식이 날아올 것 같아 더욱 시의적절한 제목 같습니다.

 

'걷는사람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집 표지 디자인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하학적 패턴을 적용한 모던하고도 신선한 감각의 표지를 선보이며 ‘시’라는 장르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한층 더 부여한 것입니다. 과감하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들려왔고 저자의 특성, 화자의 어조와 시의 분위기를 색과 조형으로 표현한 데에 많은 분이 공감해 주었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더 세심하게 고민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으로 100호에 이르는 동안 '걷는사람 시인선' 중에 각종 문학상을 받은 시집들이 있더군요. 

 

김해자·송진권·안상학·피재현·박남준·김명기·길상호·함기석 같은 중견 시인의 시집이 구상문학상·만해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백석문학상·조태일문학상·백신애문학상·고산문학대상·김종삼시문학상·송수권시문학상 같은 의미 있는 상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걸어온 진중한 문학적 생애를 예우하고 조명해 준 점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시는 삶의 진실을 증언하고 세상의 허위에 맞서는 문학의 사명을 계속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음 세대에도 큰 유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또 이진희의 『페이크』, 김안녕의 『사랑의 근력』, 김학중의 『바닥의 소리로 여기까지』 같은, 비교적 젊고 아웃사이더 기질을 지닌 시인들의 작품이 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오장환문학상·길동무문학창작기금 같은 결실로 돌아오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걷는사람'에서 출간한 다른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안지은·전윤채 에세이 『우리는 표류하고 있습니다』


대중이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손쉽게 접하는 장르가 에세이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시대 대한민국 2030세대의 표류기이자 성장담이라 할 수 있는 안지은·전윤채의 『우리는 표류하고 있습니다』가 탄핵 촛불 정국과 맞물려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20~30대를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슴 찡한 연대감을 전하는 책입니다.

 


*이영하 에세이 『밥은 먹었어요?』


세월호 유가족과 지낸 자원활동가들의 기록을 담은 『밥은 먹었어요?』(이영하), 채식주의자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이현우) 같은 에세이도 매우 유의미한 작업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오세혁 희곡집 『보도지침』


더불어, 다른 출판사에서 만나기 힘든 희곡선 시리즈도 자랑하고 싶습니다. 국립극단과 협업해서 내는 시리즈도 있고, '걷는사람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해서 내는 시리즈도 있습니다. 특히 오세혁 작가의 『보도지침』은 스테디셀러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국립극단 희곡선, 박지선 『은의 혀』


최근 국립극단에서 공연되어 관객들의 호응을 받은 박지선 작가의 『은의 혀』, 이소연 작가의 『몬순』, 김도영 작가의 『금조 이야기』 같은 작품은 연극의 역동성을 지면으로 체험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들어보니 자랑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소개해 주셔야겠죠? 

 

국내 작가의 짧은 소설 시리즈인 ‘짧아도 괜찮아’를 비롯해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뿐 아니라 ‘세계문학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펴내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권을 주제로 한 『무민은 채식주의자』는 구병모·박상영·최정화 등 한국문학의 최전선에 있는 16명의 소설가가 참여하여 현실에 밀착된 이슈를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펼쳐 보여 주었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한, 홀로코스트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마샤 홀 켈리의 『라일락 걸스』,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때 발간한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과 『줄레이하 눈을 뜨다』 같은 작품은 숨은 보석 같은 작품이니만큼 보다 많은 독자들이 향후에라도 꼭 눈여겨봐 주셨으면 합니다.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는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출간한 책이 워낙 많아서 소개할 책이 많으시죠? 그러나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혹시, 빼놓은 책이나 꼭 알리고 싶은 책을 소개해 주십시오. 

 

에세이 시리즈를 선보일 당시였습니다. 30대 여성이 개인의 상처를 인식하고 드러내고 또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미지 작가의 『네 컵은 네가 씻어』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네 컵은 네가 씻어” “돌려주세요, 내 볼펜” 같은 사소한 말에서부터 “나 아직 아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게” 같은 내밀한 말에 이르기까지. 마음속 한마디를 타인에게 하기까지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그 부분에 공감한 독자들이 함께 울고 웃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현택훈 시인이 제주어로 형상화해 낸 고향 이야기 『제주어 마음사전』을 시작으로 『강원도 마음사전』(김도연), 『충청어 마음사전』(박경희)이 뒤이어 나오면서 지역의 감수성과 우리말의 미학을 잘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바다의 작가’라 불리는 한창훈 소설가의 『바다어 마음사전』(가제)과 현택훈 시인의 『제주어 마음사전·2』가 나올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 

 

한 번 듣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재질문을 꼭 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이대로 인터뷰를 끝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합니다. 대단히 아쉽습니다. 장르별 또는, 출간 때마다 책에 대한 집중 인터뷰를 모색해야겠습니다. 

 

책 한 권에 담긴 메시지와 시인 또는 작가의 이야기를 짧은 인터뷰가 담아내긴 버겁죠. 종종 기회를 만들어 보시지요.

 

네! 다음 인터뷰까지 승낙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편안히 들려주십시오. 

 

“너의 빛을 찾아.” 

드라마 <조명가게>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어둠이나 그늘을 인지하지 않으면 빛 또한 찾을 수 없습니다. '희로애락'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빛은 당연히 어둠을 동반하는데, 그것을 보는 눈, 느낄 감각을 문학이 일정 부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한국문학을 계속 응원해 주시고, '걷는사람' 책들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뉴스아이즈>를 통해 책에 대해 긴 인터뷰를 할 수 있어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모쪼록 모두 건강히 지내십시오. 


덧붙이는 글

'걷는사람 출판사' 대표, 김성규 시인은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자살충》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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