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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불가능한 애도》가 충실한 애도의 출발점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4-03 00:00:01
  • 수정 2025-04-03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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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애도를 '새로이 발명'하라

박영진·조영아·서지형·박영옥·이혜인·고해종·김민호·퀑탱 메이야수 지음 / 림보프레스 / 16,800원애도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망자를 기억해야 할까? 끝나지 않는 애도의 여정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죽음과 삶의 간극 속에서 새로운 실존의 체제를 모색할 수 있을까? 


림보프레스에서 여덟 저자가 참여해 애도의 본질과 그 불가능성을 탐구한 《불가능한 애도》를 펴냈다.


'불가능성'은 망자와의 관계에 관한 전제 조건인데, 이 불가능성이 우리에게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 또는 개방성, 관계의 열림을 알린다. 불가능성을 함의하는 '실재'가 정신분석 실천의 바탕이자 초석이듯, 이 책은 (데리다를 따라) 애도의 불가능성이 충실한 애도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정신분석, 자크 데리다, 모리스 블랑쇼의 애도에 관한 말들과 무한한 애도로 나아가는 영화감독 샹탈 아케르만의 작업을 살피며, 불가능성과 함께하는 애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메이야수의 신성학과 같이 실존과 비실존(존재와 비존재)의 대립이 아닌, 비존재와 포개지는 사유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애도를 "새로이 발명"(154쪽)할 것을 권고한다. 


퀑탱 메이야수는 마지막 장 「도래할 애도, 도래할 신」에서 "여전히 구성되어야 할 신성학"을 논하며, 진정한 애도와 양립 가능한 시간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는 "죽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개시되기 위한 실존의 체제가 창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회상을 넘어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는 것이다.


박영진의 「애도에 관한 노트」에서는 프로이트, 멜라니 클라인, 라캉 등 정신분석가들의 이론을 따라가며 애도의 개념을 분석한다. 롤랑 바르트의 문학적 성찰은 개인적 상실 경험과 연결되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영아의 「끝나지 않는(태어나지 않은) 그」는 존재와 삶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존재 고유성을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간극이 끝나지 않는 애도의 여정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서지형의 「파괴적인 대상에 매혹되기」는 블랑쇼 소설을 통해 죽음충동과 실재에 매혹된 주체가 죽음과 합일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박영옥은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에서 파울 첼란의 시와 이를 읽는 블랑쇼와 데리다의 해석을 통해 타자를 짊어지는 애도의 윤리를 탐구한다. 이혜인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말하기」는 글쓰기와 창작 작업이 애도의 과정과 닮아 있음을 아케르만의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고해종은 「마침내 사는 법을 배우기」에서 데리다의 애도 개념을 소개하며, 무한히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살아남는survie"―즉 삶을-넘어서는-삶을 발견하는 과정을 논한다. 김민호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통해 장래와 도래할 타자를 긍정하는 메이야수적 윤리를 제안하며 망자와의 시간을 새롭게 고안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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